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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실패의 미학 - 백호철

작성년도 : 1999년 63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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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미학

- 백호철

 

 

나는 1966년 함북 샛별군에서 태어나 91년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시베리아에 벌목공으로 파견되어 일하던중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되어 945월 자유대한의 품에 안겼다. 어느새 6년이란 세월이 흘러 뉴 밀레니엄이라는 새 천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새 세기는 남한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기쁜지...... 비록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지만 흘린 땀의 양에따라 결실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분수에 맞게 목표를 정하고 좌절과 유혹을 경계하며 꿋꿋이 노력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의 남한사회 정착 과정은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북한에서 배운 기술과 교육은 쓸모가 없어 정부지원으로 기술 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자동차 정비공으로 남한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이 되지 못했다.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던차, 어린시절 먹어본 느릅 빵이 퍼뜩 떠올랐다. 느릅을 원료로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그후 1년 동안 남한에 느릅나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강원도 양양, 경상도 영주·봉화 등 전국을 뒤지며 다녔다. 다행히 느릅나무가 각지에 널려 있어 원료를 채취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의욕만 있을 뿐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수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던중 어느 아는 사람과 동업으로 느릅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으나 경험부족으로 얼마 못가 문을 닫고 말았다. 그 후 교회 장로님이 소개해 준 사람과 6개월 동안 사업구상을 하기도 했으나 또다시 무위로 끝나버렸다.

 

두번에 걸쳐 실패를 맛보자 건강했던 몸마져 신경쇠약증에 걸려 자리를 보전하며 눕고 말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렇게 쓰러질 수는 없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찾아온 땅인데 쓰러진단 말인가?

 

그때 탈북자들의 모임인 형제축구단 활동시 만난 신앙이 독실하신 분으로부터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라"는 간곡한 권유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교회에 나가면서부터 하나님의 은혜로 미래의 희망을 향해 다시 힘차게 뛸 수 있었다. 그러다 나를 단련시키려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시험에 든 적도 있었는데, 장로님과 동업으로 설립한 식품 공장이 3개월만에 실패로 끝났던 일이다. 사람을 보고 하나님을 믿으면 실패를 볼 것이요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사람을 믿으면 모든 일이 잘 됨은 물론 신앙이 곧게 나가며, 하나님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을 선택한다는 귀중한 사실을 깨달았다.

 

세차례에 걸쳐 실패의 쓴 맛을 본 끝에 창업자금을 융자받아 99.10 마침내 경기도 포천군에 백호식품 이라는 작은 식품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느릅을 원료로 찐빵과 냉면을 생산하고 있는데, 실패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 치밀한 계획을 세운후 회사를 설립한 덕분인지 창업 초기인데도 그럭저럭 잘 운영되고 있다.

 

현재 나는 단 한가지 실패를 밑거름으로 세워진 이 공장을 잘 운영하여 통일의 그날, 부모님께 떳떳한 아들로 서겠다는 각오로 밤낮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나는 이 소망이 멀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성공은 노력하는 자의 몫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믿기에 ......

 

끝으로 탈북 이후 나를 도와준 많은 사람들, 나를 하나님에게로 인도하여 진리를 깨닫게 해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탈북후 남한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평범한 교훈을 잊지 말라고 ......

 

199912월 백호철 씀

 

 

2004-11-18 00:11:28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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