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 아침이슬 > 탈북민 수기

본문 바로가기

탈북민 수기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 아침이슬

작성년도 : 2007년 629 0 0
  • - 별점 : 평점
  • - [ 0| 참여 0명 ]

본문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 아침이슬

 

 

한순간도 잊어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차디찬 흙속에 고이 누워 계실 영혼이라도 편히 계신다면 하는 허황한 기대 안고 편지를 씁니다.

 

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멀고먼 하늘나라 마음속에 가까이 그리며 당신들의 사랑하는 막내딸 오늘도 애타게 목터져라 불러 봅니다.

 

"아버지~어머니~ 보고싶습니다. 안기고 싶습니다. 인자하신 그음성 듣고 싶습니다."

 

한평생 고생 속에 여덟 남매 키우시느라 밝은 웃음한번 가져 보실 수 없으셨던 아버지 어머니, 등에 업힌 우리들의 오줌에 입은 옷 누렇게 색 바래져도 커가는 자식들의 모습에 항상 흐뭇한 미소를 그려주시던 그 모습 아련히 이 가슴 적셔옵니다.

 

고달팠던 세월의 흔적에 눈가의 깊어 가는 잔주름 검은 머리에 피어나는 하얀 꽃이 눈을 아프게 자극하였습니다.

 

김일성 부자의 철창 없는 감옥에서 온갖 권리를 유린당하고 자신들이 누리는 삷이 참된 것인지 핍박받는 삷인지 조차도 모르고 눈을 뜨고 계셨어도 맹인으로 살아오신 가엾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이밥에 돼지고기 배불리 먹고 싶었던 이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소원하나 이루지 못하고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 보내드리며 적막강산 같았던 북한사회를 끝없이 저주하고 원망하였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날로 더해가는 가난에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었을때, 어쩌다 생긴 삶은 감자 몇알을 그처럼 싫어하시던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던 모습 바라보는 이 딸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자식위해 한평생 바쳐오신 당신께 다자란 이 딸이 효도 한번 할 수 없었던 이세상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낟알이 다 떨어져 3일을 미역국으로 살아 보았습니다.

 

쌀이 입에 들어가질 못하니 눈앞이 노랗고 당장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자리 펴고 누우니 하늘과 땅이 맞닿아 빙빙 돌면서 천 길 낭떠러지로 저를 떨어뜨립니다.

 

넓고도 넓은 이 땅이 높고도 높은 이 하늘이 저에겐 너무너무 비좁았습니다.

 

숨 막히도록 비좁아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공기 중에 산소가 다 증발되어 전혀 없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에 며칠간의 식량을 공급하는 것 마저 타먹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었죠.

 

온가족이 먹을 식량 통털어 한두키로의 옥수수가루를 타느라 배급소 안은 아수라장이고…….

 

밀치고 닥치고 그 속에 깔리고 끼우고.. 아우성 속에 희비극이 엇갈리고...

 

한줌의 식량을 타기 위해 악을 쓰는 아줌마들속에 끼워 계신 작은 체구의 내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을 한없이 저주하였습니다.

 

한 많은 이 세상을 사시면서도 당신들이 당하는 이고통의 근원을 모르고 사셨던 불쌍하신 아버지 어머니

 

모진 삶을 당신들의 운명으로 순종으로 받아들이시면서 김일성부자가 만들어 놓은 군사정치 독재의 피해자라는 걸 전혀 모르고 사셨기에 더구나 이 마음 천갈래 만갈래 찢어집니다.

 

오늘은 어버이날

 

그리운 아버지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에 예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저의 모습을 그려 보았습니다.

 

행복합니다.

 

지금 상상 속에 잠겨있는 이 시간만큼은 이 딸이 너무 행복합니다.

 

너무 행복하여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 많이 보고 싶으셨죠? 저도요. 저 지금 남조선에 있어요. 자유롭고 행복해요. 세상의 쓴맛 단맛 다 느끼면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세상 보는 눈도 밝아졌어요. 우리들을 키워주시느라 흘러간 세월 제가 보상해드리고 싶어요.

인젠 제가 아버지 어머니를 업어드릴게요"

 

아버지 어머니 밝게 웃으십니다.

 

대견하다 저의 등을 두드려 주십니다.

 

"장하다 내 딸아 네가 그래도 해냈구나. 암흑 같은 저세상에서 너라도 뛰쳐나와 주었구나. 굳세어야한다. 힘내어야한다. 억척같이 살아야 한다. 이 어미 아비는 항상 네곁에 있어주마 사랑하는 내 딸아"

 

이 딸 아버지 어머니께 맹세할게요.

 

아버지, 어머니가 갖지 못하셨던 인간의 자유와 권리 모두 찾을 겁니다.

 

지나온 우리들의 인생 되찾는 심정으로 살 거예요, 아니 꼭 되찾을 거예요.

 

아버지 어머니의 몫까지 언니 오빠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 훗날 아버지 어머니 나라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찾아 갈거예요.

 

그때까지 하늘의 밝은 별이 되어 이 딸 지켜봐 주시고 늘 푸른빛으로 힘을 실어주시고 어둠을 밝혀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하는 막내딸 올립니다.

 

200758일 아침이슬

 

 

2007-05-08 16:30:20

출처 : 탈북자동지회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