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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농촌동원이 사람 죽인다 - 이경희

작성년도 : 2007년 57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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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동원이 사람 죽인다

- 이경희

 

 

뙤약볕 아래 더위먹고 쓰러진 어린소년

 

지금 북한에서는 모내기총동원기간도 다 지나가고 마감단계에 들어섰을 것이다. 이맘때면 언제나 그러 했듯이 공장 기업소가 모두 문을 닫고 가두와 인민 반은 물론 집에서 앓고 있는 사람까지 웬만하면 당의 배려를 앉아서 받기만 하지 말고 나라가 고난을 겪을 때 노력지원으로나마 보답하라고 못살게 굴고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내리쪼이는 햇볕 속에서 머리를 숙이고 모를 뜨고 모내기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어린 아이들이 흙탕물속에 발을 잠그고 자그마한 배도 마음껏 채우지 못하고 굶주린채 모내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가슴 아픈 일이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겪은 일이 있다. 한창 부모님사랑을 받으며 응석을 부리며 자라야 할 소학교 아이들이 모내기 지원을 나왔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별하게 작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몇 살인가고 물으니 11살이라고 하는데 잘 먹지 못하다보니 11살짜리 아이가 여기 남한의 7살 아이와 체격이 비슷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그 아이가 하루정량으로 맡겨진 과제를 수행해야 깔때기 가루(옥수수를 변성하여 만든 가루라고 해서 북한에서 변성가루혹은 즉석에서 물만 두고 비벼먹을 수 있어 속도전가루라고 도 함 )떡을 주는데 그걸 먹기 위해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다.

 

바지를 무릎위에 까지 올리고 흙탕물속에 발을 잠그고 모를 열심히 뽑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창 일을 하다 보니 그 애가 일하던 곳에서 사람들이 왁작거리며 누군가를 업고 논두렁을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가 일하다 말고 가보니 아이가 햇볕에 너무 오래 노출돼 일을 하다 보니 더위를 먹고 빈혈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이한테는 엄마가 없었다. 홀아버지의 손에서 동생과 함께 하루 한 끼를 먹으며 살던 애가 그래도 농촌동원을 나가면 한 끼는 잘 먹여준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왔었는데 잘 먹여 준다는 것이 고작 깔때기 가루 떡(옥수수 가루) 몇 개인 것이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논두렁에 쓰러진 아이를 보면서 당시에는 그저 엄마가 없어 불쌍하다는 동정심으로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아이의 불행을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 여기 자유롭고 풍요로운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뙤약볕 아래 쓰러졌던 그 어린 소년이 다시 생각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마 오늘도 이 무더운 여름날 농촌에서 노역에 시달리고 있을 내 조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쓰러움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아이들을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부모 없는 고아로 만들어 놓고 철부지 어린것들마저 노예로 부리려 하고 있는 독재자에 대해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쏟아지는 느낌이다.

 

대북지원금은 굶주리는 인민들한테는 제대로 돌리지 않고 핵미사일이나 만들고 있는 김정일이 언젠가는 죽을 날이 있으련만 그날까지 고생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2007612일 이경희(2006년 입국) 자유북한방송

 

 

2007-06-12 18:09:33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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