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없는 성취는 없다 - 김영철
본문
대가없는 성취는 없다
- 김영철
1997년 11월 나는 자유의 땅인 이곳 대한민국에서 내 모든 꿈을 펼쳐보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정말 운 좋게도 새롭게 주어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3국을 경유하여 대한민국으로 귀순하였다.
나는 사회적응교육을 마치고 대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정부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첫밤을 지내던 날 만감이 교차되어 밤새껏 한 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제 내 스스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기쁨과 북에 계시는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뒤범벅되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 꼬박 밤을 새웠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있는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지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통일부에 직업훈련을 신청하여 정수기능대학 전자기술학과에서 6개월간 특별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선 필요한 짐을 학교 기숙사로 옮겼는데 다른 탈북자 1명이 미리 와 있었다. 원래는 수십명의 탈북자가 교육을 받게 되어 있었으나 신청인원이 적어 결국 2명만 교육을 받게 된 것이었다
우리 2명은 기숙사 생활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제일 먼저 일어나 침실 청소를 하고 복도와 화장실 그리고 마당청소까지 하였으며 공부도 열심히 했다. 아침 8시 30분에 등교하여 오후 4시까지 진행되었는데 우리는 저녁 10시 강의실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를 했고 기숙사에 와서도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하곤 했다.
이렇게 공부한 결과 우리는 6개월만에 전자기기 기능사와 전자계산기 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처음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니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보통 자격증 1개를 취득하려면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2년이상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6개월만에 자격증을 2개나 취득했으니 얼마나 대견할 일인가! 교수님들과 학생들도 진심으로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의 길로 나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외환위기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겨우 어느 한 전자부품 생산업체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은 납땜하는 일인데 하루에 적어도 300개의 선을 도면에 표기한 대로 연결시키는 힘든 일이었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이 힘들어 도중에 포기할 생각도 해보았지만 여기서 이겨내지 못하면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다. 내게도 언젠가는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야간대학에 편입하여 공부도 해가면서 1년 넘게 그 회사에 다녔다
그러던 중 신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곧 열리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순간 기발한 아이디어가 한 가지 떠올랐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기게 되면 통일의 물고가 트이고 남북관계가 호전되어 경제교류도 활발히 진행될 것인데 북한에서 살아본 내 경험을 살려 대북사업에 대한 투자자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게 되었다.
이윽고 나는 대북 컨설팅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들도 채용하여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았는데 사업이라는 것이 친구니 친척이니 하여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처음에 나는 너무나 큰 욕심을 부려 직원도 필요 이상으로 채용하고 사무실도 강남 중심지로 옮겼다. 그러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수입보다 지출이 엄청나게 증가하자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순식간에 부도 직전까지 가고 말았다.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회사를 살려놓고 직원도 대폭 줄이고 사무실도 옮겨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지금은 이전의 어려웠던 경험을 토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대북사업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소개하는 책자도 출판하였다. 내가하고 있는 이 일은 앞으로 전망이 좋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정상궤도에 반드시 올려놓고야 말 것이라고 굳게 결심하면서 오늘도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은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남북 서로가 분단의 아픈 역사를 더 이상 지속하지 말고 통일을 위해서 화합하고 노력해 반드시 후대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남기자는 말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맺을까 한다.
2000년 11월 김 영철
2004-11-18 00:17:24
출처 : 탈북자동지회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