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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다른 사람을 존중할 때 나도 인정받는다

작성년도 : 2014년 68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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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존중할 때 나도 인정받는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 경영회계팀에 근무하는 김정혁 씨. 그는 2001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90년대 중후반고난의 행군으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함경남도에서도 유난히 피해가 컸던 노동자밀집지역에 살고 있던 그의 온 가족은 외할머니를 따라 무작정 탈북의 길에 올랐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고향을 떠났고 국경경비대원들의 감시가 느슨한 새벽시간을 틈타 브로커의 도움도 없이 두만강을 넘었다.

중국에 도착한 후 친척을 찾아 일단 몸을 피하기는 했지만 성인 6명의 대가족이라 언제까지 그 땅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런 던 중 중국의 한 성당에서 고마운 할머니를 만났고 그분은 한국행을 위해 몽골로 떠나는 그의 가족에 묵주반지를 끼어주며 안녕을 기원했다.

몽골 국경에서 국경경비대에 체포되었을 때 그는 정말 난생 처음으로 하나님께 무작정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 드렸다고 한다.

눈물을 머금고 진심으로 하는 기도가 통했는지 온 가족은 무사히 풀려났고 북한을 떠난 지 25개월 만에 외할머니를 비롯하여 온 가족은 무사히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북한에서는 하나님에 대하여 알지조차 못했던 정혁 씨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가족의 구원을 체험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아내도 같은 교회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에 대한 한없는 감사를 갖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북한을 떠나온 정혁 씨지만 검정고시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5년째 당당히 중견기업의 회계팀 사원으로, 그리고 3살짜리 아들을 둔 행복한 가정의 가장으로 되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회사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주말에는 행복한 가정을 위한 강의를 듣고 또 다른 사업을 위해 열심히 창업 준비를 하고.

준수한 외모와 안정된 직업에 행복한 가정까지, 한마디로 젊은 나이에 남부럽지 않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의 인생은 얼핏 보면 그 어떤 어려움이 없을 것 같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결코 그렇지만은 않았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남한의 많은 젊은이들을 보면 탈북자들은 취업난 걱정에 잠 못 이룰 수 있지만 정혁 씨는 그런 건 정말 행복한 사람들의 고민이라고 이야기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취업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혁 씨는 일부 탈북자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기 자신을 숨기고 떳떳치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차라리 탈북자임을 밝히면 좀 더 자신하게 살 수 있지 않을 가 하는 바람도 조심히 드러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볼 때 정혁 씨는 자신이 탈북자임을 당당하게 밝혔다고 한다. 물론 이력서에도 탈북자임을 숨기지 않았다.

바로 탈북자이기에 그 어떤 어려운 일도 가능하다고, 받아만 준다면 오직 성실 하나로 버티겠다고 다짐했다.

회사로부터 입사통지를 전달받았을 때 정혁 씨의 마음은 뭐라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기뻤고 탈북자인 자신을 믿고 받아 준 회사에 감사했다.

건설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그의 회사의 회계팀에는 여자직원은 단 한사람뿐이고 나머지는 다 남자사원들이라 사무실 분위기도 다소 무거운 편이다.

처음 얼마간 정혁 씨는 자신은 평소에 쾌활한 성격에 농담도 잘하는 편이고 또 일단 업무는 맡은 일만 빈틈없이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회사생활을 별로 어렵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이 스스로 자각 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안 되는 것도 분명 있었다. 회식자리나 특별한 모임 같은 때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평소에 감히 터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정혁 씨에게는 일방적인 훈시 같은 게 많았다.

문화가 다르고 방식이 다른 곳에서 왔다는 생각은 전혀 고려치 않고 무조건 자기들의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우기거나 생각의 차이를 이야기하면, 그게 다르구나?’가 아니고 무조건 틀리다고, 심지어 고쳐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훈시는 정혁 씨를 충분히 화나게 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이러한 일이 있은 얼마 후 정혁 씨는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 얘길 나누던 중에 그 친구도 꼭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그런 과정이 되풀이되어도 도리어 그것을 기회로 그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기로 하고 북한에서 생각하는 방식이나 북한주민들의 생활방식을 이야기하면서 틀린 게 아니고 다르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혔다.

다른 한편으로 정혁 씨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그들에게는 없는 탈북자만의 장점을 살려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이용하기도 했다.

세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에도 무언가 항상 공허함을 가지고 희망 없이 사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정혁 씨.

그는 비록 못 살고 어렵고 뒤떨어진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바로 그로 인해서 자그마한 고마움에 감사할 줄 알고 작은 씨앗에서 희망을 꽃피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자신과 탈북자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칼 퇴근까지. 회사가 아무리 바빠도 회계팀의 일상은 평범하다.

회사에 입사한지 일 년 반 쯤 되었을 때 새로운 팀장이 조동되어왔다.

나이도 많지 않은 젊은 팀장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물론 그랬지만 정혁 씨에게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거칠게 굴었다.

다른 직원들도 특별히 맞대응을 안하는데다 처음에는 그런 행동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어 한 소리 하려다가도 오죽하면 저 사람도 저러겠냐싶어스스로의 감정을 자제했다고 한다.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든가 아니면 같이 책상을 떵떵 치든지, 아무 반응도 않고 묵묵히 일에만 전념하는 정혁 씨에게 기가 눌렸는지 몇 개월 후 팀장 스스로가 지쳐버렸다.

지난 5년 사이 회계팀 직원들이 자주 바뀌었지만 회사를 떠난 후에도 유일하게 정혁 씨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바로 그 팀장이라고 한다.

정혁 씨는 다른 사람에게서 이유도 모른 채 괴롭힘을 당할 때 그 억울함은 말도 못하게 안타깝지만 적정선에서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정혁 씨의 입사초기 연봉은 1,500만원, 5년이 지난 지금은 2,600만원이 되었다.

정혁 씨는 요즘 북한경제가 중국에 휘둘려 위축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가슴 아파서 하루빨리 통일을 위해 무엇인가 준비하고 싶다고 한다.

탈북자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에게 꿈이 있다면 후배들에게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희망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흑인으로 태어났지만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미국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미국인구의 12%에 해당하는 29백여만 명의 흑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오바마처럼 자신도 대한민국사회에서 탈북자 성공모델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짬짬이 법 관련 공부도 하고 있는데 전문 법조인이 아닌 봉사활동을 통해 후배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보다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영호남과 같이 지역감정이 심한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서도 가슴 아픈고 생사를 걸고 대한민국을 찾아 온 우리 탈북자들의 일자리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편견과 질시에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는 더욱 안타깝다고 하면서 통일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배우고 또 뜻이 맞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큰일은 아니어도 우리 탈북자들의 가슴에 아픈 상처와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작은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정착 14년차인 김정혁씨. 그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로 임하며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데서나 내 스스로가 존중받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우리 탈북자들만 겪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도 똑 같이 겪는 일이라고 하면서 스스로가 자각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도와 우리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서 꼭 성공하는 사람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혁 씨는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정혁 씨 부부는 요즘 대세인 전형적인 맞벌이 부부인데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열심히 일해 정혁 씨의 학자금 대출도 갚아가고 있고 대출도 마련한 집값도 갚아가고 있고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정혁 씨는 요즘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교육도 받고 현장조사도 하고 있다.

남남북녀 커플이 아닌 북남, 남녀로 만나 인생을 함께 설계하는 그의 부부는 남과 북의 틀리고 다른 것을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알콩달콩 행복을 가꿔가고 있다.

회사에서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퇴근 후에는 성실한 가장으로 평범하지만 바쁜 삶을 살아가는 그는 오늘도 내일도 성실과 열정으로 사는 것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201411

 

 

2014-11-26 14:17:59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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