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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면서 - 미영

작성년도 : 2006년 56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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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용서를 빌면서

- 미영

 

 

저는 군부대 교화소가 어떤 곳인지 몰랐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간첩연류자로 해군 군관에서 철직 되여 군부대 교화소에 갔고 할아버지는 옥중에서 자살하셨습니다. 저는 탈북해서야 군부대 명칭으로 나가는 교화소가 정치범 수용소인줄 알았습니다.

 

물론 북에 있을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에 우리가정이 이전과 다르다는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갔던 곳이 그렇게 인권도 없는 험악한 정치범 수용소인줄 몰랐습니다.

 

우리가 쫓겨 가서 살았던 산골보다도 더 힘든 곳이였다는걸 이제야 알게되였습니다. 정말 그때는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었습니다. 나중에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한 해군부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나뿐인 딸인 저를 해군사령부로 데려가겠다고 했었지만...

 

당신의 딸이 구김살 없이 성장하기를 바라셨기에 당신이 겪었던 고초와 그곳에 대해서 모든 걸 숨기셨던 아버지를 저는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지금에야 바보 같은 저는 북한사회를 똑바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아빠와 할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 북한정치권에 있다는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얼마나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크셨으면 어머니는 한국에 와서도 저에게 매일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도 못하게 합니다. 철없는 이 딸은 이제야 모든 것을 제대로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원망만 했던 아빠에게 용서의 편지를 씁니다.

 

오늘 나는 탈북자가 쓴 "어항 속의 평양" 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북한에서 살 때는 아빠를 많이 원망했습니다.

아빠의 잘못으로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얼마나 억울했을가? 얼마나 슬펐을까?

아빠의 마음을 지금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아빠에게 왜 남자로서 지조를 지키지 못했냐고, 원망도 많이 했고 가슴 아픈 말도 많이 했었죠?

 

아빠, 정말 미안합니다.

정성산 감독의 "요덕스토리" 란 뮤지컬을 보면서도 아빠를 생각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빠를 생각했습니다.

 

왜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으셨죠? 그곳이 어떤 곳이였는지? 어떤 고통을 겪으셨는지? 왜 우리에게 얘기 한번 하지 않으셨나요?

그 고통이 너무 힘들어서 아빠가 눌렀을 손지장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고통이 너무 힘들어서 억울해서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신 할아버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빠에게 할아버지처럼 죽지 왜 손 지장을 눌렸냐고 원망을 했었는데 얼마나 속상했을까?

아빠, 용서해주세요. 아빠의 고통을 몰랐던 딸이 남한에 와서 조금씩 모든 걸 알아갑니다.

 

아빠, 소련에 같이 공부하러 갔던 아빠선배 김일철이도, 그리고 해군대학에서도 당신을 기억할까요? 이제 와서 아빠를 기억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자기들이 열심히 돈 들여서 외국에 까지 가서 공부하게 하고 또 너무나도 그 인재가 아까워서 할아버지를 북한으로 도로 데려가 놓고선 실컷 이용하다가 억울한 누명으로 옥중에서 자살까지 하시게 합니까?

 

아빠, 이제야 아빠를 조금씩 이해했습니다.

저의 정치적 혼란성에 답답하지만, 이제야 모든 것을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아빠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미안합니다.

아빠 사랑해, 그리고 나 너무 힘들어.

아빠가 같이 있었으면 이런 무서움과 힘든걸 몰랐을 텐데.

아빠 정말 보구싶어.

 

2006523일 미영

 

 

2006-05-23 10:16:01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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