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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심신복

작성년도 : 2001년 63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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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심신복

 

 

내가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것은 199810월이었다. 불과 2년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사회의 일원으로 비교적 어려움 없이 정착생활을 하고 있다. 다소 교만스러운 생각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 그 누가 나에게 "당신은 공산주의자였는데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 그렇게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땅에서의 정착생활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정부나 종교단체에서 베풀어주는 혜택이나 사랑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와 같은 것들이 정착생활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돈이나 정부의 혜택 그리고 이웃들의 사랑도 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자들이 정착생활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사항을 적어본다

 

첫 번째는 참다운 인생관을 정립하라는 것이다. 인생관이란 흔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와 관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자체의 창조적 본성에 어긋나지 않는 삶, 즉 진리를 사모하고 그 진리를 이 땅에 실현해 나가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참다운 인생관이라 생각한다.

 

나는 과거 한 때 공산주의만이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고 도대체 이 세상에 과연 진리는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 속에서 지내다 이 땅에 살면서부터 진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진리는 다름 아닌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나의 인생관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삶의 평안과 희망과 기쁨을 주시는 주님 안에서 어떤 고난과 시련도 무섭게 여기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나는 북한을 떠날 때 한국의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여러분야에 대해 나름대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체험해보니 한국은 자기의 능력과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기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그런 사회였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말 그대로 자유민주주의, 즉 국민이 주인되는 사회이므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입장과 자세만 명백히 하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정착이라는 문제가 결코 어렵지만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입장을 견지하면서 내가 소망했던 대로 장로회 신학대학 대학원에 입학하였으며 서울시민이 된 지 1년만에 교회의 전도사로서 직책을 가지고 수많은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한 사역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

 

세 번째는 경제생활은 자신의 분수에 맞게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다. 경제는 곧 돈이다. 이 땅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소비보다 저축을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경제생활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확천금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개인의 경제규모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사람들은 "풍요로운 한국 땅에 왔으니 마음껏 즐기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화려함에 젖은 충동적이고 사치스런 생활양식은 이 땅에 새롭게 정착하는 탈북자들에게 있어서는 달콤한 유혹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양식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필수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나는 지금도 북한에서 생활할 당시의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승용차도 없고 또 택시도 가급적 타지 않는다. 대중 교통수단이 너무나도 편리해 자가용이나 택시가 없이도 얼마든지 할 일을 다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덕분으로 물질적으로 소박하지만 마음으로는 매우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착생활에서 중요한 점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과 세계관을 하루빨리 정립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자유민주체제에서는 자신의 삶을 통제하거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어 자칫 그 분별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배우고 나쁜 것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몇가지 더 들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들을 잘 지키면서 생활하는 한 정착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체험을 통해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법과 질서를 따르면서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짧은 시간내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001.1 심신복

 

 

2004-11-18 00:23:32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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