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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김진명의 중국기행기

작성년도 : 2005년 54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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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중국기행기

 

 

지난 5월 초순 나는 북한 국경 인근 중국땅을 기행하였다.

이번 기행에서 나는 여전히 가슴 아픈 동포의 현실을 직시하여야만 했다. 돈이 없는자, 늙은 노인들, 부모와 강제로 떨어진 아이들 이들은 중국에서 여전히 보호 받지 못하는 계층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올해 탈북하여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노인 3분을 먼저 만났다. 515일 무산을 중간지로 탈북한 노모들은 남쪽에서 분홍빛 대북정책을 바라보고 있는 이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정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중 나이가 제일 많으신 72세 되시는 할머니는 함흥 출신으로 하루 강냉이가루 50그램을 배급받았다고 한다. 받은 식량으로 바닷물에 섞어 간을 맞춰 먹었는데, 그 배고픔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중국행을 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함흥의 비닐공장, 섬유공장은 기계가 돌지 않은지 오래이고, 인근 지역인 장진, 두성, 오로는 사람들이 풀뿌리까지 다 뜯어먹어 산은 누렇게 변하여 차마 식량을 구하러 갈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다른 한분은 최근 1년동안 배급이라고는 받아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배급도 없고, 산에는 먹을 나물조차 없으니, 인근 바닷가에서 나는 미역으로 1년여를 생활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미역만 먹자 피부도 벗겨지고, 나날이 말라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 받은 당성의 자존심 당증조차도 팔아야만 했다고 한다. 당증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어렵게 온 무산은 지금까지 보지 못하였던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수년동안 먹어 보지 못한 돼지고기도 있었고, 지난날을 생각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한 먹을거리들이 수없이 많은 곳이 국경지대였다고 한다. 무산에서 일정기간동안 체류하면서 소문으로 들은 사실은 중국으로 가면 먹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살수 있다고 장마당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통하여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510일 아침 10, 함북 무산 공설운동장에서, 탈북자브로커라 하는 사람, 북한말로 길안내자와 재탈북을 기도하였던 이들 10명의 공개 총살형이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시간이 조금 경과하자 형이 집행되었다. 이제 20-30대 되어 보이는 남자들과 여자가 나무에 묶여 눈을 가리고, 입에는 돌덩어리를 집어넣고, 사격이 되어 그 들은 죽어 갔다고 한다. 중국으로 가는 중 잡힌다면 자신이 저런 일을 당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래도 마음껏 먹어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 두만강을 건넜다고 한다.

 

 

이제는 나뭇가지처럼 말라버린 손으로 잎이 피지 않는 고목나무 같은 얼굴을 쓰다듬는 노모의 모습을 바라보자 인간이라 보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쓸쓸해보였다.

8년 동안 고기라고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고난의 행군식을 하였다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자신도 수 년전 그와 같은 생활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인내 하였다는 생각에 가슴 가운데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들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할머니일 것이다. 이들을 언제까지 외면하면 안될 것이다. 매일 먹는 쌀밥 한 그릇이라도,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 중에서 가장 행복한 날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다.

우리의 어머니에게 쌀밥 한 그릇이라도 제대로 먹일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바란다. 탈북자동지회를 통하여 이들에게 직접 연락하여 만날 수 도 있고, 통화 할 수도 있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버리는 옷가지, 생활용품이라도 중국에서 생활 중인 탈북자들에게는 너무나 감사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남한에 있는 사람 10명이 중국에서 인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 한명을 보호한다면, 지금 이렇게 나타나는 탈북자들의 인권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5-07-05 13:53:11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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