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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실패와 좌절을 넘어 희망의 미래로 - 윤인호

작성년도 : 2001년 68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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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좌절을 넘어 희망의 미래로

- 윤인호

 

 

나는 1975년 함북 회령에서 21녀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성년이 되어 함북 체육선수단 핸드볼 선수, 회령시 금생지질탐사대 시추공 등으로 일하다가 새로운 희망을 찾아 19977월 두만강을 건넜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199811월 대한민국에 귀순했다.

 

관계기관의 조사를 마치고 19994월초 경기도 광명시에서 제2의 인생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정착초기에는 낯선 곳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너무나 외로워 밤이 되면 부모님의 사진을 보며 훌쩍거리기도 했다. 다행히 정착초기 자매결연을 한 광명시 모교회의 목사님과 장로님께서 물질적·정신적으로 많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종교생활은 남한에서 혼자 생활하는데 대한 심리적 외로움과 공허함을 달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종교에 관심을 가진 것은 중국에서 은신생활을 할때 교회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부터였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국내에 들어와서도 교회에 계속 나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불교로 개종했다. 개종할 때는 마음의 부담감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으나 내 자신의 판단을 믿고 개종을 결정했다. 현재는 조계종 소속 금강정사에 다니며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아마도 이제야 나에게 맞는 종교를 찾은 듯싶다. 정착초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교회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같은 신앙인으로서 이 사회에 사랑과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광명시에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광명시립도서관에서 임시 사서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신변보호 담당형사님의 노력 덕분이었다. 북한에서 공장생활만 하던 나로서는 새직장에 적응하기가 다소 힘이 들었지만 도서관 관장님이나 사서계 직원분들이 잘 대해 주신 덕분으로 즐겁게 지냈다. 직원들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관심도 보여주고 도와주려고 애썼으며 밥도 사주면서 격려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서관에서의 생활은 처음 정착하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의 정착생활에 나름대로의 기초가 된 듯 싶다. 도서관 임시사서직은 9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후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도 하고 궁리도 해보았지만 마땅히 할만한 일이 없었다. 생각 끝에 선택한 것이 음식점 경영이었다. 그 당시 먼저 온 선배들이 음식점을 운영하여 성공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나도 선배들처럼 음식점을 해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 음식점을 낼만한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가진 돈은 일천오백만원이 전부였다. 주위 분들은 그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느냐면서 걱정하는 눈치였다. 돈도 없고 나이도 어린 네가 무엇을 하겠느냐고 비꼬는 것으로도 느껴졌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이왕에 결심하고 시작한 일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식당개업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대전, 진주, 울산, 부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음식점 낼 만한 자리를 알아보았다. 영업이 될만한 곳이다 싶으면 보증금, 권리금, 가계세가 너무 비싸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던 끝에 경남 진주에 있는 아는 분의 소개로 진주시 상대동에서 음식점을 시작하게 되었다. 힘든 준비과정을 거쳐 개업을 하고 보니 금방 사업이라는 것은 섣불리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엎어진 물, 가게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서 안간힘을 쓰고 인내심있게 가게를 끌고 나갔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직원들의 월급과 원료비까지 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결국 음식점 문을 닫았다. 실패 뒤에 배운 것은 철저한 사전준비없이 너무 성급하게 일처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가게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개업 이후 1년 정도는 큰 영업이익 없이도 가게를 꾸려나갈 만한 밑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을 하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꼈다는 점에서 나의 첫 사업은 실패만은 아니었다.

 

식당문을 닫은 후 나는 사회경험을 더 쌓기 위해 우유 배달, 공공근로, 막노동 등을 하였다. 자존심을 죽이며 고된 노동을 하면서 느낀 결론은 이 사회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서울 시내 모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후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조금씩 성숙해가는것 같은 나 자신을 느낀다. 대학 입학전의 내모습이 남의 눈치나 보고 체면치레를 중시하며 하루빨리 성공하려는 한탕주의심정에서 무모하게 도전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학생으로서 단지 하나라도 더 배워보겠다는 신념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사회준비생이다.

 

대학생활을 마치고 나면, 내 적성에 맞는 분야에 뛰어들어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 싶다. 성공이 이루어지고 여력이 생긴다면 북한동포들의 삶을 살찌우고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일에도 일조하고 싶다.

 

2001.12 윤인호

 

 

2004-11-19 04:05:03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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