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푹빠져 있을 때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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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푹빠져 있을 때가 행복합니다
- 한성호
1985년 9월 소련 모스크바 국립 종합대학으로 유학의 길에 올랐던 나는 1990년 6월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왔다. 차분한 성격을 아는 친구들은 나의 한국행을 아마도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친구가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하다니!
20살을 갓 넘긴, 살아갈 날이 구만리 같은 나이에 북한보다는 자유롭고 넓은 세상에서 후회없이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북한이라는 실체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서 마치 다 자란 새가 둥지를 툴툴 털어 버리고 세상을 향해 첫 날개짓을 하듯 주저없이 남한으로 온 것이다.
한국에 온 후 모대학 러시아어과에 편입하여 과친구들과 어울려 다른 대학생이 하는대로 호프집도 가고 MT가서 밤새도록 마음껏 마시고 노래부르고 대화를 나누며 대학생활의 추억을 만들기도 하였다. 대학중 기억에 남는 것은 1년에 1번씩 개최되는 "모의 유엔총회"에 러시아 대표로 나가 한국주재 유엔대사상을 수상한 것과 "통역협회"에 가입하여 러시아어 통역으로 한국에 온 러시아 사업가들을 도와주면서 용돈도 벌어쓴 일이다. 당시에는 러시아어를 하는 학생이 많지않 아 1주일정도 통역을 하면 웬만한 샐러리맨 한달치 정도를 벌 수가 있어 프리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였다
그러나 3년정도, 제3자 뒤를 따라 다니다 보니 기계마냥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통역해준다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고 남자로써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나만이 할 줄아는 나의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졸업후 무역회사에 입사하여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의 가전, 자동차, 생필품 등의 시장분석을 하는 해외시장 개척팀에서 일하였다. 이때 처음으로 인터넷이란 것을 알고 인터넷에 들어가 러시아 경제상황, 소비경향 등을 신속하게 검색, 보고서를 올릴 수 있어 러시아에 관한한 나만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사회의 생리와 업무의 단순 반복성과 발전의 한계를 깨닫고 지일(북한 유학생출신)이 형이 운영하는 컴퓨터프로그램 개발회사인 벤처기업 두비시스템(WWW.2B.COM)에 들어갔다.
문학을 10년넘게 전공한 사람이 꿈속에서나 동경하던 벤처기업에서 일하게 되다니...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 개발에 무지한 내가 인터넷이 가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매력을 느끼고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뛰어든 것이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 인구는 1억8천만 미국내 인터넷인구는 7천만명 인터넷 비즈니스로 성공하려면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비즈니스를 해야만 한다. 국내시장 자금규모와 미국시장의 자금 규모는 하늘과 땅차이로 국내투자자들은 1-2억원을 투자하는 것도 망설이지만 미국의 벤처산업 투자가들은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수백 만불에서 수천만불도 선뜻 투자한다
우리회사는 컴퓨터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회사로 음성인식 및 음악 변환프로그램 등을 개발,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판매중인데 구입자의 90%이상이 미국인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자우편 1통을 보내는 것쯤은 문제도 안돼 전자우편을 통해 단 몇 분만에 전자우편을 보낸는 것은 물론 전자우편보다도 더 빨리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속속 개발되어 하루 사용자만 8천만명, 주고받는 메시지도 5-6억통이 넘는다고 하니... 인터넷의 엄청난 괴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앞으로 나는 지금보다도 더 열심히 인터넷 비즈니스와 컴퓨터 개발에 관한 공부를 해 인터넷 분야에 우뚝 서고 싶다. 만약 내가 성공을 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두가지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북한에 있는 많은 사람중에서 수십만 학생중에서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유학생에 선발되어 5년간 러시아에서 국비유학한 혜택받은 사람으로 또 신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세계로 와서 나만의 보금자리까지 튼 사람이다. 내가 편하게 공부할 때 많은 학생들은 농촌에 나가 모내기와 추수를 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뭔가 그들에게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따라서 첫 번째 희망은 통일이 되면 북한에 고아원을 만들어 부모없이 어렵게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컴퓨터와 음악, 외국어, 그리스도의 신앙을 심어주는 등 다양한 교육으로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최고인재들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 꿈은 내가 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해 헤어져 있는 남북한 이산가족의 자료들을 통합해 상봉 할 수 있는 다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북한에 두고 온 나의 부모님과 두 여동생 앞에 속죄하는 길이며 또한 평생동안, 그리고 지금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북한주민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다가올 통일의 그날을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통일의 그날까지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이 평안해 나의 성공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열심히 일하면서 내일을 준비해 간다.
---- 한성호 씀 ----
2004-11-18 00:10:29
출처 : 탈북자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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