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국제관계사의 재인식
책 정보
이 책의 필자들은 모두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규정성, 그리고 그에 대한 미시적 탐구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 구성주의나 역사사회학 같은 이론적 틀의 적용과 그와 병행하는 실증적인 작업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들은 북핵문제, 미중 갈등, 한일 분규 같은 현안의 역사적인 기원에 관해 심층적인 과정추적을 단계적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옥창준은 아시아 냉전사의 관점에서 ‘태평양’ 동맹 구상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인도의 ‘비동맹’ 노선과 필리핀의 ‘연맹’ 노선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데, 후자에서는 필리핀 대통령 키리노의 역할에 주목한다. 옥창준의 글은 냉전 초기 장개석이나 이승만이 주도하려 했던 반공동맹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협력의 구상이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 신욱희는 위계성과 지위의 개념을 활용하여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한 한미일 관계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고찰한다. 그는 한미일 사이의 삼자관계가 위계적으로 분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은 상대적인 주체성을 발휘한 측면이 있으며, 한국의 조약 참가국 지위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 부정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3장에서 구갑우는 외국군 철수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명시한 정전협정 4조 60항의 탄생 과정을 경험적으로 분석하고, 그 내용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특히 그의 작업은 기존 연구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정전협상 기간 동안 간행된 『로동신문』에 대한 실증적 검토에 기반하고 있다.
4장에서 오정현은 1954년의 제네바 정치회담 문제를 다룬다. 그는 회담의 준비 과정에서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한반도의 조건부 중립화 통일방안을 고려하였으며, 이러한 상대적 현상변경의 입장은 이후 중국과의 적수게임 및 한국과의 동맹게임의 결과에 따라 현상유지의 입장으로 선회하였다고 본다.
5장에서 이혜정은 1954년 한미 합의의사록의 서명에 이르기까지의 114일의 양국 간 분규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 기간이 한국의 주권과 발전의 문제가 다루어진 중요한 시간이었으며, 미국의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저항과 굴복은 이승만 대미외교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6장에서 량미화는 1956년 8월 전원회의 사건을 실증적으로 고찰한다. 이 연구는 김일성의 연안계와 소련계의 숙청이 중, 소의 내정간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의 측면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북한이 상대적 자율성을 획득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7장에서 은용수는 탈식민주의 이론을 해방 이후 한국외교정책사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개된 주요 국제정치적 사건들의 분석을 통해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탈식민화가 상대적으로 유예되고 ‘혼종된 식민성’이 배태되는 측면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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