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책 정보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태양열 스포츠카, 천리마 뜨락또르, 려명거리 간판도안, 대동강 맥주 상표.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북한의 디자인들을 소개한다. 특히 북한의 산업미술은 2012년 이후 북한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강조하고 있는 분야이기에 이 책이 더욱 흥미를 끈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북한의 정권수립 시기부터 90년대 말까지 기록을 다룬 상권과 21세기 이후부터 2018년까지 급발전하는 산업미술의 전개 과정을 기록한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에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1천여 점의 북한의 기계, 생필품, 가구, 의상, 상표와 포장 디자인이 그림들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북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지라도 이 그림들만으로 분단 이후 북측의 70년 생활상과 그 속의 디자인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북한산업미술 연구자로서 알려진 중앙대학교 겸임교수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최희선이다. 이 책은 필자가 지난 10년 동안 북한산업미술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총정리한 것으로, 디자인 서적이지만, 미술사나 북한 사회문화 서적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의 상권(1945-1999)은 ‘북한 사회에서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개괄적 설명과 함께 북한 원전의 풍부한 인용문도 담고 있다. 북측의 글에서 ‘색깔’을 ‘색갈’로 쓰는 북한식 표기법도 볼 수 있으며, 디자인에 정치사상을 입혀 대한민국에서는 낯설고 다소 거북한 문장들도 접할 수 있다. 북측의 과거,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이 책은 북한디자인의 다소 “예스러운” 독특한 스타일 뒤에 ‘사회주의 집단윤리의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사상과 집단 우위의 북한디자인 탄생은 북한미술에서 조선화를 강조하며 생긴 결과물이다. 이와 같은 디자인 스타일은 6.25전쟁 이후 전후복구 시기 생겨나 지금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진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는 군사미술이 주요 도안들을 창작하는 선군시대의 특징을 디자인을 통해 엿볼 수 있으며, 강성대국을 준비하는 90년대 말부터 디자인 관련 법과 교육을 정비하는 북한의 계획적인 디자인정책 변화도 이 책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 디자인들은 2012년 이후 매해 국립 디자인센터(국가산업미술중심)에서 열리는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이후 산업미술은 과거보다 좀 더 자본주의풍으로 과감해지기도 하며, 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도안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세계 명품을 만들어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북한의 소망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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