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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관련 저서

서울 평양 너머 단둥

  • 별점 :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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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강, 이경수 | 출판사 : 선 | 출판일 : 2026.05.20
판매가 : 19,000

책 정보

‘날것 그대로의 만남’,
서로 만난 적 없던 남과 북을 잇는 새로운 시도

압록강의 단둥은 두 세계의 기운이 잔잔히 만나 스며드는 곳처럼 느껴진다. 신의주를 건너 마주하는 단둥의 공기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국경 특유의 기운이 스며있다. 압록강은 두 도시의 경계를 이루면서도, 그 물결은 여전히 서로의 기운과 숨결을 실어 건너간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그 강가에서 스무 해 가까운 세월을 살아냈다. 그는 대북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국경의 문턱에서 남과 북의 삶이 부딪히고, 웃고, 상처 입고, 다시 만나는 장면들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들려준 구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포럼 평화공감이 기획한 이 기록은 하나의 개인사가 아니라, 남북교류 현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보고다. 동시에 액수와 계약의 세계로 이해했던 남북교역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마주한 교류의 현장은 서로 만난 적 없는 남과 북을 잇는 새로운 시도였다.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인간적이었다.
경제교류의 책상 너머에는 서로 다른 인생의 시간, 서로 다른 체제의 흔적,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삶의 감각’이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의 빠른 리듬에 익숙해진 사람과, 자신들의 생활 조건과 일상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온 고유한 감각을 지닌 북측 사람들이 서로를 첫눈에 이해할 리 만무했다. 말은 같았지만, 말의 온도는 달랐다. 표정은 익숙했지만, 표정의 의미는 생경했다. 때로는 작은 말투 하나가 오해를 낳기도 했고, 사소한 몸짓 하나가 예상치 못한 신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주인공은 그 모든 순간을 ‘날것 그대로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그 만남 속에는 민족의 동질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낯섦’이 있었고, 분단의 세월이 만들어낸 깊은 간극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섦’이야말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첫 번째 통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이 경험한 남북교류는 물건의 이동이 아니라 ‘삶의 교환’이었다. 그 삶의 조각들이 국경을 건너오고 다시 건너가던 시간 동안, 주인공은 그저 무역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많은 풍경을 몸으로 겪어야 했다.
교역은 분명 경제활동의 이름을 달고 이루어졌지만, 정작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 숨을 쉬는 방식은 언제나 거래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숫자와 조건을 따지던 손길이 멈추는 찰나, 그들은 상대의 떨리는 호흡이나 눈빛 속의 머뭇거림을 읽어내며, 어느새 인간적인 온기가 스며드는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 속에서도, 그는 이상하게도 익숙한 감정을 발견하곤 했다. 북측의 사람들 역시 기쁨이 있으면 눈가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억울하거나 참아온 것이 있을 땐 말끝이 길어졌다. ‘우리’와 ‘그들’을 가르던 체제의 경계가, 어떤 날은 그런 아주 작은 표정 하나에 흔들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가 항상 부드러운 것은 아니었다. 협상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대화는 점차 굳어졌고,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저녁 시간에 이르면 그대로 드러났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도, 회의를 마치고 돌아서면 표정과 걸음에서 그날의 무게가 보였다.
특히 어둑한 계단을 내려가는 북측 실무자의 발걸음에서는 오래 누적된 피로가 분명하게 감지되었다. 주인공은 이런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으며, 그 모습은 남과 북 중 어느 한쪽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현장 전체가 공유하는 시간의 흔적이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짧았고, 특별한 사건으로 남을 만한 성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에게는 교류의 본질을 확인하게 해주는 단서가 되었다. 교역은 단순한 경제행위에 머물지 않았고, 사람들의 생활과 태도가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과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장면들을 가까이에서 꾸준히 지켜보며, 남북이 서로에게 남기는 영향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었다. 주인공이 겪은 이러한 순간들이 이 책의 핵심 주제를 구성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스로 거창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다. 국경이 굳어 있을수록,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더욱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교류가 끊긴 지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시 과거의 자리로 미끄러지고 있다. 서로의 얼굴을 잊어가고, 목소리의 결을 알지 못하게 되고, 강 너머의 사람들을 다시 ‘추상화된 존재’로 만들고 있다. 그 단절의 시간은 남북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이해와 신뢰의 통로가 끊어지면, 그 빈자리를 두려움이 채우고, 두려움은 벽을 더 높인다.
이 책의 주인공이 남긴 기록은 바로 그 벽을 넘기 위한 작은 다리와 같다. 그가 보았던 사람들의 표정, 들었던 말들, 느꼈던 충격과 배움의 순간들은 단둥의 바람에 실린 시간의 기억이자, 남과 북이 다시 서로를 이해하는 가능성의 씨앗이다.
압록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강물은 경계를 기억하면서도,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흐른다. 이 책의 주인공이 걸어온 길 역시 그러했다. 분단의 현실을 누구보다 명확히 느끼면서도, 그 현실 안에서 작은 연결을 만들고자 애쓴 삶이었다.
이 서언이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남북의 교류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것일 뿐이며, 그 멈춤을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독자들이 이 기록 속에서 단둥의 강가에 서 있던 한 인간의 눈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서로에 대한 감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회복이야말로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우리가 다시 건너야할 강에 다가서는 첫걸음이다.

2026년 3월 1일
포럼 평화공감 대표 이호규

저자 소개

저자(글) 이강

1963년 충청도에서 태어나 성남에서 초·중·고교를 다녔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1998년 처음 중국 단둥 땅을 밟은 후 대북사업과 인연을 맺어 조선과 수산물 교역, IT 협력 을 진행했으며,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임가공,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고, 2010년 5.24조치 이후에도 단둥에 거주하며 남북 및 조중 무역을 지속했다.
20여 년 동안 남과 북, 중국을 잇는 단둥에서 남북경협의 현장을 체험한 그는 여전히 ‘사이의 공간’ 단둥을 매개로 한 남북의 만남과 교류를 꿈꾼다.

 

저자(글) 이경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이자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이다.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현지조사를 토대로 박사논문 ‘북중관계와 로컬의 정치적 동학: 단둥-신의주 네트워크와 스케일의 정치’를 썼다. 북한의 정치경제적 변화와 북중, 남북관계의 교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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