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사

책 정보
머리말
남북 분단 80년 세월이 흘렀다. 남북한은 이념과 체제가 다른 부분민족 국가(part nation state)로 출범했다. 38도선 책정, 미ㆍ소 양군의 분할 점령과 군정 실시 중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공화국 명칭의 국가를 각각 세웠다. 북측이 남측을 무력 통일하려는 6ㆍ25 전쟁이 정전체제로 마무리된 후 남북 양측의 정부는 정통성 경쟁과 국익 충돌로 화해ㆍ협력의 신뢰 구축도 어려웠고, 평화 체제 수립과 통일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2023년 말 북한은 70여 년의 남북경쟁에서 패배를 인지하고 수령 영도 체제 유지의 위험 및 ‘흡수통일 증후군’에 빠져 남측에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 후 남북 간 모든 소통 채널을 단절해 남북 관계는 경색되어 남북 간 대립ㆍ충돌 위기마저 맞고 있다.
분단사를 정권에 따라 남북 간 화해ㆍ협력과 긴장ㆍ대립 상황을 정리하였다. 한반도 평화ㆍ통일에 주는 문제점 및 과제를 도출하려 노력했으며 11장에 이르는 각 장의 결론마다 한국의 통일ㆍ안보ㆍ외교에 미친 정책적 의미를 살폈다.
6ㆍ25 전쟁 개시와 정전체제 성립이 남북 분단사에 미친 지정학적 의미 및 20여 년간 남북이 유엔에서 서로 유일 합법 정부라는 정통성 경쟁기를 거친 과정을 정리했으며, 1972년 「7ㆍ4 남북 공동성명」의 통일 3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합의 이후 민족공조를 앞세운 대립이 미친 정책적 의미 및 통일문제에서 남측의 기능적 접근 대 북측의 통일전선 차원의 접근법 차이가 남북 화해ㆍ협력에 미친 부정적 의미를 확인했다.
1991년 체결된 최초의 남북기본합의서(남북화해, 불가침, 남북교류협력)를 비롯, 분과위원회 구성 및 부속 합의서는 역사적 문건이었지만 민족공동체 회복ㆍ발전을 위한 일부 교류(이산가족 교환 방문,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 체육인 교류 등) 외에는 북한의 핵 개발 의혹 증폭으로 남북 화해, 불가침에 관한 회담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의서에는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해 북한을 권력 실체로만 인정하면서 우리 헌법의 단일 국가 조항을 위반하지 않고 1국가 지향의 통일정책에 미치는 정책적 의미를 포함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영수 간 공동성명 등이 미친 남북 화해 협력에 미친 성과를 정권별로 분석했으며,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북한과 교류ㆍ협력 사업(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관광 활성화, 동해선 철도ㆍ도로, 서울ㆍ신의주 철도, 문산ㆍ개성 사이의 도로 연결) 등의 민족 문화ㆍ경제공동체 형성에 미치는 의미 및 북한 핵 개발 추진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기 단계적 폐기 과정을 정리했다.
1990년대 초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과정과 남ㆍ북한의 4강과의 교차승인 불균형(남한만 중ㆍ러와 교차승인)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차별적 영향을 미친 지정학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남북 쌍방이 제기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고려민주연방제 통일방안은 이념과 체제가 다른 입장에서 통일철학, 통일주체, 통일실현 절차 면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문제점을 확인했다.
남북관계사에서 민족공조 대 국제공조 관련 정책 대립에서 남한은 양자의 보완관계를, 북한은 대립관계를 주장하면서, 북한은 민족공조를 앞세워 한미동맹의 약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특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남북공조의 강화로 북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군사 옵션 행사 적극 공동 저지를 강조했다. 그렇지만 한반도 평화 체제 협상에 북측의 先美後南 대 남측은 선 민족공조 후 다자회담을 선호하는 등, 북은 지금까지 남북 간 신뢰 구축 이상의 평화회담을 거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미국은 북한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논의를 제의하면 한국과 논의할 문제라며 거부하였다.
북한은 1968년 1ㆍ21 사태를 추진한 박정희 정부 이후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 사무소 폭파 등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남한에 대화ㆍ도발의 배합전략을 실시해왔다. 이 배합전략의 특징을 사례별로 살펴보면서 북한이 도발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으로 믿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초전격멸로 북측에 도발 무용론을 학습시킬 필요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남측은 북 도발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는 데도 어려웠으며, 비례적 대응도 제약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2025년에 이르기까지 남북 화해ㆍ협력의 기초인 신뢰 구축의 절대 장애요인은 북한 핵 개발로 야기된 남북 간 불신과 대결이다. 그 영향과 그 결과를 각 정부별로 살펴보았다.
미국 주도로 30년간 지속된 북한 비핵화 협상과 패인을 분석하면서 안보 외교의 핵심 개념인 억제와 강압의 적용 사례, 특히 미국이 북 핵시설 타격(강압)을 포기케 한 역대 정부의 대미 소방 외교 추진 사례를 기술했다. 핵은 어떠한 국가도 국가 사활의 핵심 이익으로 인지하고 개발하기 때문에 협상과 경제제재 정도로 포기시킬 수 없다. 강압 전략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연합으로 이란 핵시설 선제타격이라는 강압 전략의 적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난 30여 년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 교훈을 상기했다.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집중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의 구축과 미국의 확장억제 체제의 연계ㆍ강화를 위한 확장억제 공약, 핵 협의 그룹(NCG) 신설, 한국 역할 확대,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문제 및 한미동맹의 역할 공간을 핵을 포함한 우주와 사이버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과 정책 공조 문제를 살펴보았다. 정부는 확장억제체제 신뢰성 강화에 대한 관심은 깊으나 자체 핵 보유에 대한 일각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부인하고 있다. 전술핵 잠재력 보유에 대해서 마저 미국과 협상ㆍ승인 과제가 해결될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생성형 AI 혁명이 불러온 디지털 대전환 시대 북한 사이버 전력의 실상과 2020년대 대남 사이버 공격 영역 및 특징을 비롯해 우리가 독자 제재의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들을 살펴보았다. 정부는 국가 사이버 위협 대응 체계 정립을 위해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 및 「법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해 ‘위기관리지침’에 따라 작성된 ‘국가사이버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른 각 부처 소관 분야별 실무 매뉴얼 정비 및 「국가차원 통합 대응 및 정부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민간 합동을 통한 대응 조직 및 국가 사이버안보 위협 정보 공유 플랫폼의 고도화 추진 과제를 살펴보았다. 국제적으로 사이버 범죄 협약인 「부다페스트 협약」(2001년 채택 78개국 가입)도 서둘러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북핵의 완전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되 북핵을 사실로 인정, 북한과 핵전쟁 위험 감소 등 북 ‘핵 개발 억제’가 아닌 ‘사용 억제’ 중심의 정책을 대북 협상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안정된 공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미북 회담이 열린다 해도 그 결말은 밝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과 소통 채널 복원이 시급한 과제다. 미북 회담에 한국이 참여하더라도 체제경쟁에서 주민분열(내우)을 우려하는 북한과의 대화가 교류 수준까지 확대될지 의문이다. 한국 내부에서는 2국 체제 평화론 대 1국 지향의 공생론 등 이견이 표출되고 있으나 통일은 숙명적 과제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분단 80년사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 지속 가능한 평화는 통일만이 보장한다’는 정책적 명제를 도출, 통일 준비를 위한 4대 추진 방향을, 대북 통일정책 국민 합의 형성과 국제적 지원 확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의 전개, 북한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 북한 이탈주민의 역할이 통일 역량 반영 등을 분석, 제시했다. 그리고 통일 제3의 길(북한 유사 사태로 탄생한 신정부와 합의ㆍ통일) 추진ㆍ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인 북핵 폐기와 민족 통일정책에 대한 4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결론을 맺었다.
이 책을 쓰는데 많은 문헌과 자료를 활용하였다. 통일부 발간의 1970년대~2018년 「남북대화 사료집」, 「남북 합의서 총람」을 비롯한 「통일부 30년사」, 「통일백서」, 「북한 인권보고서」,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 「외교백서」, 「국방백서」, 「한국외교 50년」 및 노태우 「회고록 하」를 비롯, 김영삼 「회고록 하」, 김대중 「구술기록」, 노무현 「남북정상대화 녹취록」, 이명박 「연설문」, 박근혜 「회고록」, 문재인 「회고록: 외교안보편」, 윤석열, 이재명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회고록과 대화록, 연설문 및 임동원 「피스 메이커」, 「다시 평화」, 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정종욱 「외교비록」 등 회고록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국내외 정부 발간 자료, 전문가들의 저술, 칼럼 및 통일, 외교, 안보 관련 언론 기사들을 활용하였다.
「남북한 관계사」 발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신 박영사 안상준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장문의 원고를 체계적으로 편집해 준 편집부 이승현 차장님, 구원회 님, 책 발간을 학계와 도서관에 홍보해준 정연환 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26년 3월 여의도 서실에서
南庭(남정) 황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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