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역사과 교육과정과 역사교육

책 정보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 멀어지는 역사인식 … 북한의 역사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다. 70여 년간 남과 북을 이어주던 가느다란 끈, ‘민족’과 ‘통일’이라는 단어가 북한 땅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에서는 남한의 영역이 백지로 변했고, ‘민족’, ‘통일’이라는 말은 금기어가 되었다. 단순히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이것은 북한이 다음 세대의 머릿속에서 ‘남한’을 완전히 지워내고, 철저한 ‘타자’이자 ‘적’으로 인식시키려는 역사 전쟁의 서막이다. 이 같은 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지금 북한의 교실에서 아이들은 어떤 역사를 배우고 있는가?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해방 이후 남북한의 역사 교육과정 변천을 정리하고, 2부에서는 남북의 역사 인식이 왜 이토록 극명하게 갈라지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북한의 역사 교사 양성 시스템인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을 분석한다. 3부에서는 북한 사범대학 역사과의 교재로 사용되는 세 권의 교과교육 자료인 「중학교력사교재분석」, 「중학교력사교수방법론」, 「중학교력사교수설계」의 내용과 구성을 살핀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실제 북한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교사들과 그 교육을 받고 자라난 학생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북한 역사교육의 실태를 깊이있게 파헤친다.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가 3대에 걸쳐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고난의 행군이라는 혹독한 경제위기를 거치면서도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최고지도자를 향한 인민의 눈물과 충성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힘은 근원은 무엇인가?
저자는 그 해답이 바로 ‘국가와 역사의 사유화’에 있다고 진단한다. 북한은 근현대사를 김일성 가문의 투쟁사로 조작했고, 평양을 혁명의 성지로 만들었으며, 주민들을 주권자가 아닌 ‘신민(臣民)’으로 길러내고 있다. 또한, 출신성분이라는 새로운 신분제도를 철저히 적용하여 체제에 예속시킨다. 북한 주민들은 왜곡된 역사관 속에서 대대로 이어지는 신분 차별을 겪으며 체제에 순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한의 체제가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역사의 사유화, 그리고 출신성분이라는 신분제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오래전 냉각된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통일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겪었던 역사 인식의 차이와 사회적 혼란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서로를 ‘적’으로 배우며 자라난 세대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걱정한다면, 반드시 북한의 역사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남북 분단 80년,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역사 인식을 좁히기 위한 필독서다. 북한의 역사교육 실태를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 이후의 혼란을 막고 진정한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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