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사라진 DMZ
책 정보
지금 이곳, 탈군사적 역사와 자연이 얽힌 현장
정치와 환경의 지리학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DMZ(De-militarized Zone)는 한국휴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것으로, 협정을 맺을 당시 양측 군대의 접촉선을 군사분계선으로 구분하여 남북으로 각각 2킬로미터씩 지정한 비무장지대이다. 이 공간은 자연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구간이 아닌 군사 활동과 분쟁의 잔재이지만, 인간의 활동이 수십 년간 제한되어 야생동물의 성지로 변모했다. 국립생태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의 DMZ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1급인 사향노루, 검독수리를 비롯하여 총 5,929종의 야생생물이 발견되었다. DMZ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은 한반도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전체 267종의 37.8%에 이른다. 이는 DMZ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게 중요한 서식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기가 사라진 DMZ》는 미국의 빅 오크스 국립야생동물보호지구에서부터 한반도의 DMZ까지, 최근에 ‘군사지역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전환’된 세계 곳곳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과거 훈련이나 실험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군사화 현장을 방문하여 현재 생물다양성의 중심지로서 가지는 무궁무진한 생태학적 가능성을 연구하고, 과제로 남아 있는 물질적, 역사적, 문화적 어려움을 조명한다.
이러한 국립야생동물보호지구를 생태계의 천국으로 두거나, 과거에 벌어졌던 분쟁의 흔적을 완전히 덮어 버리는 일반적인 시각 대신, 저자는 과거 군사화 지형과 현재의 자연적 영향이 양립하는 ‘문화적 보전’이라는 독창적인 시각을 제안한다. 이러한 비무장지대의 보전과학은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무기가 사라진 DMZ》는 국가와 민간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보전과학에 대한 통찰과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군사적 흔적과 환경적 목표가 공존하는 이러한 현장을 우리의 자연관과 사회관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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