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북조선좀비공화국
책 정보
2022년 04월 북한에서 지진이 일어난다.
제임스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일원으로 피해를 입은 북한 사람들을 돕고자 북한에 방문한다.
그런데 이곳 환자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북한 땅에서 지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시퍼런 아침 하늘이 드리워졌다. 날이 풀려감과 동시에 확실히 해가 빨리 뜨는 요즘이다.
겨우내에는 아침 아홉시에도 컴컴한 기운이 돌아 마음까지 컴컴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밝은 하늘에 청량함을 안고 깬다.
마을에서 제일 먼저 기상한 집은 협동 농장에 가기 위해 출근 준비를 하는 농민의 집이었다.
남편은 세숫가로 나와 찬물에 얼굴이며 목을 소세하고 아내는 일찍 장마당에 가 자리 차지를 하기 위해 떡 진 머리를 빗어 내렸다.
아내는 그래도 아침이니 우리 내외 뭐라도 뱃 속에 넣어놔야하지 않겠나 싶어 마당에 심어둔 항아리 독 뚜껑을 연다.
아직은 차가운 땅의 기운 덕에 항아리 안은 냉장고 마냥 서늘하다. 다행히 엊그제 저녁 품앗이를 해주고 받아온 언감자떡이 있다. 아내는 그걸 꺼내 남편도 먹이고 저도 먹을 요량이다.
그리고 뜨듯하게 설탕물 한 사발만 먹자 싶어 부엌에 가 불을 지피려는데 저 멀리서 뭔가가 꾸물꾸물 거리는 게 보인다.
아내는 자기가 잘못 본건가 싶어 두 눈을 크게 두 번 꿈벅인다. 다시 봐도 잘 못 본 게 아닌 것 같다. 아내는 방으로 들어간 제 남편을 부른다.
“임자, 잠깐...좀 나와 보시오.”
“와 그라네?”
면도를 하던 중이던 남편은 반쪽에는 면도크림, 반쪽은 깔끔한 채로 방에서 걸어 나오며 아내의 부름을 귀찮아했다.
“저기....저어기 저게 뭐래요?”
“뭘 말이네?”
얼굴에 물기가 남아 있던 남편은 눈을 찌푸리며 부인이 가리킨 쪽을 쳐다보았다. 익숙한 차림새를 보고 남편은 한 눈에 저들이 꽃제비임을 알아보았다.
남편은 목에 감고 있던 수건으로 면도크림을 거칠게 닦아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저것들 지난번에 널어둔 내 동복 훔쳐간 새끼들 아니네?!”
남편은 이놈들 아주 잘 만났다며 장대를 들었다. 그리고는 도륙이라도 할 기세로 장대를 들고 꽃제비들에게 달려갔다.
아내는 구태여 말리지 않는다. 뛰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편은 잡초가 무성한 벌판을 지나 그들의 바로 앞까지 뛰어갔다.
그런데 그들의 몰골을 눈 앞에서 보자마자 남편은 뒤돌아서 황급히 뛰어온다. 아내는 그때까지도 저것들이 뭔가 하고 가물가물해 한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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