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며 다가서는 남과 북 사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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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및 통일문제에 대한 비현실적 통일담론이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분단구조 자체가 만들어 낸 체제 내부의 분단기득권 집단의 존재이다. 남이나 북이나 분단기득권 집단은 대결과 갈등의 극복이나 화해 및 평화를 지향하기보다 고착된 분단 체제를 통해 정치경제적 이익이 지속되는 것을 지향하면서 분단지향적인 통일담론을 반복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북한이나 통일문제에 대한 학문적 편향성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분단이 이념적 차이와 정치 상황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하나, 분단 문제를 인식하는 시각이나 접근 방식 자체가 편협하였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옥죄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북한 및 통일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급격하게 ‘속물화’된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가 팽배해졌다. 그리고 어느 사회보다 급진적인 범지구화가 진행되면서 민족의식은 약화되었다. 동시에 북한의 도발 행위가 반복되면서 마음의 차원에서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은 이제 혐오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북한 및 통일문제를 도외시하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관련 학문연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북한 및 통일 문제는, 북한이 소위 ‘투 코리아(two Korea)’를 주장하든 1민족 1국가론의 통일방안이 더 이상 유효성이 떨어지든 또는 근대적 민족주의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든 간에, 오늘의 남한사회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에게는 중요한 연구 주제이자 진지한 고민거리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하면서 그동안의 연구를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북한 및 통일 문제 연구는 사회학적 접근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 그리고 철학과 역사학, 문학예술 등 인문학들의 기여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관련된 연구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의미 있는 학문적 성과물도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및 통일문제 연구에서 사회학적인 접근을 재차 강조하는 것은 사회학 국수주의(?) 때문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북한 및 통일문제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사회적 상상력’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학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북한·통일연구 현실의 아쉬움 때문이다. 과거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위한 문제 제기를 다양한 차원에서 시도해야 하는 시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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