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최근 북한의 경제정책 평가 및 향후 전망
책 정보
본고는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정책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그중에서도 이들 정책이 경제 전반 및 각 경제주체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의 경제정책은 각 경제주체들의 행동양식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현재 북한경제의 모습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00년대 북한 경제정책의 기조는 대략 5~6년을 주기로 반복되었다. 하지만 당국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붕괴된 계획의 기능을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었으며, 가장 신경을 써왔던 문제 중 하나는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치가 내려진 이후 시장 가격 및 환율이 원래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되었고, 시장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다시 달러화?위안화 현상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었던 비공식화 가설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 것이다. 비공식화 가설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경제활동에서 비공식부문의 비율이 높으면서 변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 이에 반비례하여 공식부문은 축소될 것, 계획의 작동을 방해할 정도의 뇌물수수 행위가 만연해 있을 것 등인데, 북한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1,010명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가구 소득에서 비공식 부업이 담당하는 비율은 약 52.1%를 차지했다. 특히 2005년 이전에는 그 비율이 43.4%에 불과했으나, 2011년 이후에는 63.5%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업을 경험한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으며, 부업에 종사한 이유가 ‘생계형’에서 ‘사업 및 소비형’으로 진화하는 것도 확인했다. 공식부문이 축소되는 현상은 국가계획에 따라 생산물을 처분했던 비중, 식자재?소비재 의존도 등 주민생활과 관련된 수치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비공식화 현상이 달러화?위안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끝으로 로지스틱스 회귀분석을 통해 주로 어떠한 특성을 가진 주민들이 경제조치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는지 검증했다. 이에 따르면 가구의 소득에서 비공식 부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공식 직업보다 높을수록(52%), 화폐개혁을 경험했던 사람일수록(35배) 정책의 영향력을 체감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수준, 당원 여부, 직업 종류, 소득계층 등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특정 시기나 정책에만 집중했으나, 본 연구는 2000년대를 통시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정책의 흐름과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고난의 행군’ 이후 2000년대부터 비공식부문이 급격하게 확대되었고, 이에 맞서 당국이 시장의 허용과 통제라는 기조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통시적인 관점에 맞추어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각종 조치를 경험한 1,010명에 대해 서베이를 실시함으로써 파급효과를 알아보고, 비공식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특히 화폐개혁을 경험했던 주민도 표본에 포함시킴으로써 최근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비공식화 가설에 부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서로 다른 경제주체들이 당국의 경제조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했으며, 현재 북한경제 모습을 구성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확인해 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연구, 북한 원문 자료, 서베이 대상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 등 다각적인 교차점검(cross-checking)의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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