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북한의 핵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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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답을 찾다
기자에게 사건이나 이슈의 현장 확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취재원의 말만 듣거나 행동만 보고 기사를 쓰다보면 오보는 물론 왜곡 보도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미확인 정보가 난무하는 한반도 정세를 취재하는 기자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 대응, 한국 정부의 사드 조기 배치와 중국의 보복 조치 등으로 정세가 한층 불안하고 복잡해진 만큼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때마침 방송기자연합회가 ‘한반도 정세 과정’ 연수의 일환으로 기획한 북중러 접경지역 견학과 한반도 전문가 강의는 현장 체험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자 하는 한반도 전문 기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북한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간접적으로라도 북한의 현실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수단은 그 같은 기대를 갖고 인천 공항을 출발했다.
일정은 첫날부터 빡빡했다. 연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북중러 3국 접경지역인 방천으로 향했다. 강을 따라 나눠진 국경, 광활한 평야, 그리고 3국의 땅을 잇는 철길과 도로를 보면서 분단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대양과 대륙으로 동시에 뻗어나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곳에서 광야를 달리며 호연지기를 키우고, 원대한 대륙국가의 꿈을 실현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애석하게도 분단 상황이 오래가다 보니 우리의 사고가 편협해졌으리라.
다음 날 방문한 중국 도문시에서 남양대교 건너 북한 남양시의 모습을 보고 느낀 감회도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스스로를 한반도 남쪽에 가두고 사고해오지 않은 것은 아닌지. 물자를 싣고 남양대교를 오가는 트럭을 보면서 남북한 모두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진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남북한이 경제협력을 통해 공존공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한다면, 통일되기 전이라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중국에서 만난 한반도 전문가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대북한 접근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핵무장 강행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양식이 도입되고, 그에 따라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는 게 이번에 만난 한반도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들의 말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분석하기 위한 심리적 접근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 시각에서 북한 내부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다. 이런 때 일수록 대결과 긴장을 해소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답을 찾기가 어렵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단서를 현장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한반도 정세 과정 연수단의 북중러 접경지역 방문이 그 첫걸음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정필모 (방송기자연합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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