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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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21년 5월 5주 선정
천안함장 예)대령 최원일
1999년 필자가 부산함(FF-959) 포술장으로 근무할 당시 더위가 한창일 무렵 한국해양소년단 일행을 태우고 울릉도, 독도 탐방차 항해 중이었다. 함교에서 항해당직근무 중이던 필자에게 어느 노신사 한 분이 방문하셨다. “최대위! 이 바다는 우리가 목숨 걸고 지킨 바다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영문을 모르고 필자는 “아~예” 라고 대답하고 다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함장님이 함교에 오셔서 최영섭 고문님을 찾고 계셔서 나는 조금 전 함교에 올라오신 그분이 최영섭 대령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직을 마치고 내려와 대한해협 해전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전율을 느꼈다. 조금 전 내 앞에 계시던 그분이 백두산함의 갑판사관으로 전투에 참가하시고 한국전쟁 초반 풍전등화의 우리나라를 구하신 영웅이라니...
그 후 필자는 고속정 편대장, 함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등에서 여러 보직을 거치며 2008년 2함대 천안함장으로 부임을 하게 되었다. 즉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의 지휘관인 천안함장이다. 2021년 2월말 전역을 하고 사회에 나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밤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 될 시간이다. 또한 이후의 사건들은 견딜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니,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엄청난 일들이었다.
세월은 벌써 11년이 흘렀고 어느덧 나도 전역을 하게 되었으며 최대령님의 회고록을 읽으며 천안함 피격사건 후 함장의 입장에서 경험한 일들을 회상해 보았다.
그날 밤! 우리는 어떤 특별한 상황도 일부에서 제기하던 어떠한 특수임무나 훈련이 아닌 너무나 평상적인 상황에서 항상 작전을 수행하던 백령도 근해 그 곳에서 경비를 하고 있었다. 사건 전날 파도가 4미터 이상으로 높아 풍랑주의보가 발표되었고, 대청도 근해 피항을 할 정도로 나쁜 기상에서 조금 좋아졌지만 여전히 파도가 2.5~3미터로 높았다. 당시, 나는 사건 발생 약 10분 전까지 함내 순찰을 마치고 함장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컴퓨터 문자망과 KNTDS 화면을 보던 중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넘어가고 정전이 되며 우리의 모든 일상도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아직도 겪었던 모든 현실이 꿈만 같고, 꿈이었으면 하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한다. 바로 몇 분전까지 함께 생활하고 있었고 서로 말하고 호흡하던 전사한 내 생명 같은 사랑하는 부하들, 또 암흑 속 침몰하는 배에서 한 명이라도 더 찾으려고 울부짖으며 다니고, 체온을 유지하려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로에게 구명의를 입혀주며 먼저 살아서 나가라 하고, 나의 눈과 입만을 쳐다보며 일사불란하게 따르던 부하들의 용맹스럽지만 애절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대령님이 느끼고 계실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필자의 가슴에도 가득히 전해졌다.
최영섭 대령님의 회고록 중 대한해협 편을 자세히 읽어보고 2013년 발간하신 6·25 바다의 전우들을 추가로 읽어보았다. 그날의 전투현장이 생생히 전해지며 2010년 3월 백령도 앞바다가 겹쳐지며 가슴 뭉클했다. 특히, [그들의 손을 잡았다. 두 용사가 끝맺지 못한 마지막 말“ … ”은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을 지켜다오.”로 들리는 듯했다. 전병익 이등병조는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있었으며 곧 결혼할 약혼녀 사진을 군복 윗주머니에 간직하고 동료들에게 자랑하곤 했다]는 부분을 보며 천안함 전사한 전우들이 생각났다. 그들 중에도 결혼을 앞두고 전사한 이도 있었고 전역을 한 달 앞둔 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다.
불변한 진실은 우리 천안함과 104명의 용사들은 1950년 최대령님이 전우들과 목숨 바쳐 지켜내신 우리 바다, 1953년 이후 정전상태인 한반도의 서해에서 국민이 주말을 시작하며 편히 쉬던 금요일 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선조들이 피땀 흘려 일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지시된 위치에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회고록 말미에 최대령님께서 강연 중 강조하시는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36년 만에 잃었던 나라를 찾아 세웠다. 일제 때는 우리가 나라를 지키고 싶어도 나라가 없어서 못했다. 대한민국은 소중한 우리들의 보금자리다. 우리들은 이 나라를 잘 가꾸고 지켜야 할 군인이다. 조국의 군복을 입고 조국의 총대를 들고 내가 지켜야 내 조국이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우리나라를 말살하려는 적은 소련의 앞잡이 김일성 공산당이다. 조국통일 전선에서 장렬히 전사할 때 ‘대한민국 만세’를 드높이 부르며 통일조국의 밑거름이 되자. 이것이 이 시대에 사는 우리의 책무이고 군인의 본분이며 또한 보람이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긴 세월 외세의 침략에 맞선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한국전쟁 당시 백두산함의 목숨을 건 치열했던 대한해협 전투와 김창학, 전병익 같은 분들의 희생, 생면부지의 땅에서 쓰러져간 연합군 장병들, 최근에는 천안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장병들의 숭고하고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평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 또 깨질지 모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소에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고 항재전장의 각오로 적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 회고록이 국군장병들에게는 강인한 정신무장을 국민에게는 평화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저서라 생각한다.
2016년 최대령님께서 문산호 전사자 현양 추진을 하지 않으셨더라면 ‘장사상륙작전’ 전투는 영원히 잊혀진 전투가 되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학도병들은 억울한 죽음이 될 뻔했다.
이후 해군에서 기념비도 설치하고 민간에서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그제서야 국민들이 ‘장사상륙작전’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최대령님은 호국의 산증인이시며 자체가 대한민국이신 분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후배들에게 경험을 들려주시고 목숨으로 지키신 우리 대한민국 호국의 국가대표로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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