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백평야
책 정보
황해도 예성강 서쪽에서 해주까지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그곳의 이름, 연백평야
월남 실향민이 써 내려간 일제 강점기, 전쟁과 분단
한민족의 역사가 담긴 생애의 기록
할아버지의 고향은 북한, 할머니의 고향은 일본, 아버지는 부산, 어머니는 대구, 큰아이는 서울, 동생은 광주, 우리 가족은 모두 각기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 그 흔적이 우리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실향민이다. 고향에 가도 고향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게 되었다. 흔적이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세상이다.
그러나 가족 중에는 진정으로 고향에 갈 수가 없어 꿈속에서만 고향을 느낄 수 있었던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이 남긴 기록이 이 책의 고향이다. 기억의 정리에서 출발한 사실의 전달이다. 한반도의 소수자엔 이산가족이 있고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다.
마치 소설이나 드라마같이 파란만장한 실화. 부친의 유고 속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하는 순간, 가족과 가문을 넘어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다. 북녘의 가족을 떠나 혈혈단신 월남하여 통일을 기다리다 절망의 터널 속에 갇혀 버린 실향민. 그가 생전에 남긴 처절한 고통과 인내의 기록이며, 나라를 잃은 민족으로서 3대에 걸쳐 겪은 수난과 독립운동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또한 김구 선생의 남북대표 협상도 이루지 못한 연백평야 통수를 농민들의 간절한 소망으로 이룬 남북 협상의 역사적 진실의 발견을 통하여 통일로 가는 길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6·25라는 민족 분단이 양산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실낱같은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게하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한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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