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ㆍ국가 지도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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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국무위원회 등북한의 군사・국가 지도기관을 분석하다
북한은 1962년 12월 당시 불리했던 외부 상황에 대응키 위해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를 창설한다. 그 후 김일성과 김정일 시기의 당중앙군사위원회는 군 지휘권, 군 인사와 군사 외교, 군수산업, 군 복지 문제 등 국방 문제 전반을 다루었고 국가의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일 등에도 관여하였다. 물론 김정일 집권 후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당의 군사 분야 협의체로서의 역할이 정상화되었고 국가 위기관리 기관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김정일과 김정은으로의 군권 승계 과정에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운용되었던 ‘공화국 군사위원회’가 시원인 국방위원회는 최초에는 중앙인민위원회의 군사 분야 역할을 보좌하는 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북한을 향한 국내외 위협으로 인해 역할이 확대되어 위상이 급성장한다. 김정일이 정권 유지와 국가의 생존을 위한 비상수단으로 선군정치를 선택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국가체계를 개편하며 국방위원회를 강화한 것이다.
이후 김정일 시대의 국방위원회는 군사 관련 명령, 결정, 지시등을 내고 군 인사나, 군사기관의 개편, 후방지역 방어와 군사동원, 군수공업과 후방사업, 외교, 공안, 대규모 건설 공사와 이를 위한 주민동원 등도 지도하였다. 군을 지원하는 역할과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국가 주권의 최고 지도기관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또한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대외 선전기구 역할이 추가되는 등 역할만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리고 국방위원회는 군권 장악의 완료점이었다.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군사기관들 중 마지막으로 국방위원회에 진출하였다.
이와 같은 두 기관의 모습을 보면 항상 당이 변화에 중심에 있고 그 변화는 수령의 의도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당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창설하고 운영에 중대한 변화를 주었을 시기는 항상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위기 극복 시 수령이 어느 기구를 주로 활용했는지가 당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영향을 미쳤다. 국방위원회를 적극 활용했던 김정일 시기는 국방위원회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었고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펼친 김일성과 김정은 시기는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확대되어 당-국가체제에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두 기구의 활용에는 대내 환경의 안정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국방위원회가 중용되었을 시기는 대내외적으로 모두 비상 시기였다. 그러나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용되었던 시기는 대외적인 문제는 있었지만 대내 환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즉, 북한의 수령들은 비상시에는 국방위원회를 대내 상황이 안정된 시기에는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중용한 것이다.
그런데 김일성 시대는 물론이고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가장 높게 평가되었던 김정일 시대에도 당-국가체제의 틀은 유지되었다. 또한 김정은은 당중심 국정운영을 하면서 당중앙군사위원회를 더욱 확대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렇게 당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당-국가체제에 수령의 유일적영도체계가 결합된 틀 안에서 운용되었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령의 영도를 당이 조직하고 이끌면 국가가 이를 집행하는 수령-당-국가체제가 북한의 기본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김정은이 당중심의 국정운영을 펼치고 있으며 당중앙군사위원회 관련 회의를 수시고 개최하면서 군사 분야의 주요 정책들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국방위원회보다 더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무위원회는 북한 헌법상으로 역할 범위가 ‘국방’에서 ‘국가’로 넓어졌으며 이전 중앙인민위원회나 국방위원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활동들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엘리트들도 기존의 역할에서 대남, 외교, 경제, 선전선동 등 국정 전반에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구성되고 있다. 위상 또한 국가체제 내에서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지도기관’이며 하는 역할이 넓어지고 많아지고 있는 만큼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처럼 당과의 관계에서 논란은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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