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국가관계 구상
책 정보
남북한 통일에 대한 염원은 과거와 달리 지금 세대에게는 꼭 필요하지는 않은, 혹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서로 다른 국가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이웃국가’로 살아가길 원하는 추세이다. 이는 2022년 여론조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통일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향후 바람직한 남북한관계에 대한 질문에 현재와 같은 2국가 17%,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 52%, 1국가 2체제 8%, 통일된 단일국가 18%의 결과가 나왔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실시한 조사의 결과는 ‘가장 바람직한 한반도의 미래상’으로 유럽연합형(유럽연합처럼 경제교류· 협력이 자유로운 상태) 40%, 이웃국가형(미국과 캐나다처럼 좋은 이웃 상태) 25%의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3분의 2 정도가 남북한이 두 국가로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국가로 통일하는 것보다 사이좋은 이웃으로 보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월등하게 앞선다는 결과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취지이자, 책 전체의 주제이다.
이 책은 남북한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 국가 두 체제에 갇혀 이념적 대립을 하던 시기를 벗어나 이제는 새롭게 국가 대 국가 즉, 국가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관철해 나가고 있다. 남북한 간의 적대관계, 과거에서 발생하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남북한이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기인한다. 남한과 북한이 개별 국가로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고,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반추해 보면 남한과 북한은 국제사회에서도 인정을 받는 주권국가이다. 하지만 남북한이 서로에 대해서는 국가로 인정을 하고 있는가?
한국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 규정을 북한의 영토까지 규정하고 있고, 1991년 체결된 남북한 기본합의서에서는 남북한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민족 내부의 잠정적인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북한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칭함으로써 어떠한 의도가 있든 북한은 남한을 개별 국가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역시 북한과의 관계를 개별 국가로 봐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 책은 이러한 취지를 한반도 분단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생기고, 수많은 남북관계, 북핵 문제 이후의 관계 등을 살펴보면서 남북한의 미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공식적으로 서로 국가로 인정해 버린다고 하면 통일은 멀어진다고 누군가는 비판할 수도 있고, 이념적 잣대를 들이밀어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서독이 통일한 과정을 살펴보면 서독은 동독을 개별 국가로 인정하면서 정책을 추진하였고, 다른 국가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통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남북한이 서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에서는 독일의 통일 사례를 들어 살펴보고 있다.
탈냉전 이후 세계에서는 이념적 대립이 사라졌다. 유일하게 남한 내에서만 이념을 정치적 쟁점으로 활용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이슈로 사용한다. 남남갈등이 지속할수록 한반도 평화는 멀어지고, 한반도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북한을 국가로 완전하게 인정하고, 국내 헌법 등 법체계가 북한의 영토권을 보장하고 북쪽 땅에 세워진 국가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남과 북의 정상회담과 교류협력이 법적인 정통성을 마련할 수 있고, 미래 세대들이 생각하는 이웃국가로서의 역할을 통한 국가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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