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發 평화학
책 정보
탈냉전 30년 동안 남한이 추진한 경험과 여러 실험은 평화를 향한 도전과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경제성장 모델을 보여주었고 정치민주화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세계적 한류를 창출하며 음악, 예술, 스포츠 등 문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남북갈등의 현장에서도 관광과 공단건설과 화상면회소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폭력적 분쟁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화해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중단되고 말았지만 유럽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개성과 금강산에서의 실험이 서구인들로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발하고도 대담한 프로젝트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통일을 향한 한반도의 이런 실험은 비록 작은 걸음이지만 세계인들에게 평화를 향한 의미 있는 행보가 되고 있다. 한반도가 보여주는 평화의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공간기획은 세계로 발신하는 한반도발 평화학의 주제로 손색이 없다.
한반도에서 세계로 발신하는 독창적인 평화의 주제를 분석하기 위해 책을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제1부에서는 평화학의 동향과 이론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평화학이라는 이름으로, 평화연구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느 대학, 어느 연구소에서 그러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 연구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등을 소개한다. 동시에 갈등해결과 평화학 이론 중 한반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이러한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정신으로서의 화해 문제를 살펴본다. 일상에서 사람들 간의 평화를 실현하려면 갈등의 당사자가 서로 진심으로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평화를 거듭 약속하면서도 왜 평화가 이 땅에 실현되지 않는지를 되짚어 보며 화해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제2부는 한반도 평화연구의 현장인 분단과 장벽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갈등과 분쟁은 끊임없이 선을 긋고 담을 쌓는다. 최소한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그렇게 한다. 일시적인 필요 때문에 선을 긋고 담을 쌓지만, 그 담은 금방 굳어져 좀처럼 걷어내기 어렵게 된다. 한반도 분단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소련이 임시방책으로 그었던 38도선이 이렇게 75년이나 지속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분단장벽의 나비효과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남과 북의 대조적인 국가발전의 수준이 그것을 뚜렷이 보여주지 않는가! 장벽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갇혀서 외부와 소통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북한의 역사가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불편하더라도 담을 낮추고 또 허물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때 우리 자신이 성장하고 배운다는 역사의 진리를 한반도의 경험에서도 고스란히 보게 된다. 때문에 분단을 관리하는 소극적 평화로 만족하지 않고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통일평화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일 터이다.
마지막 제3부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하는가의 주제를 다룬다. 즉 한반도에서 발신하는 평화학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를 살펴본다. 제7장에서 한반도發 평화학의 키워드를 남북화해의 통일평화, 탈위험 녹색지향의 비핵평화, 생활세계의 호혜적 공간평화로 정리하고 이후의 장에서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설명한다. 제8장은 평화학의 이론을 활용하여 한반도의 통일평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제9장은 비핵평화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한반도의 복합 평합 평화체제를 제안한다. 제10장은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세계의 여러 영역에서 공간평화의 기획을 통해 생활세계에서 실질적으로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 한국의 경험을 소개한다.
제3부에서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세 영역의 평화활동이 동시 병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통일평화는 남북 간의 적대적 대립을 해소하고 건설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평화조성의 기능을 하는 반면, 비핵평화는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여 물리적 폭력에 대응하는 평화유지 기능을 하고, 공간평화는 지속가능한 평화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평화구축 기능을 수행한다. 평화가 실현되지 않는 대부분의 이유는 평화를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안보불안 쏠림 현상 때문이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적 힘이 필요하지만,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 동안 지체하지 않고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협력과 여러 사회문화 및 인도주의 교류를 추진하면서 호혜적 공간을 만들고 이렇게 형성된 평화의 공간을 활용하여 통일평화와 비핵평화의 축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가야 한다. 이들의 구체적 내용과 상호관련성에 대한 탐구는 한반도형 통일실험을 통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최적점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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