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출신 학자들이 함께 쓴 남북한의 삶, 만남, 평화 이야기
책 정보
“북한 학생들도 수능을 보나요?”
“북한 사람들도 휴가를 가나요?”
통일과 북한을 주제로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이런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두 가지를 알게 된다. 첫 번째는 우리 학생들이 그만큼 북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 학생들이 그만큼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70년 넘는 기간 동안 분단을 지속해 오면서 북한은 우리와 너무나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을 쓴 네 명의 저자는 북한을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에게 보다 쉽게 소개하고 싶은 열정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저자 네 명 중 두 명은 북한 출신 연구자이다. 먼저 김병욱 박사는 평양에서 태어났으며 북한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인텔리 관료 출신이다. 그는 북한 사회의 전반 영역을 파악하는 지적 저울의 무게추가 연구자 개인의 감정으로 기우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통일이 자본의 시녀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닌 남북한 사람과 사람들의 마음이 닿는 손끝의 감정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와 달리 또 다른 북한 출신 저자인 최영일 박사는 양강도 김정숙군(옛 신파군)에서 태어나 함경북도 맨 끝자락에 위치한 온성군으로 추방된 평범한 탄광 노동자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철도 부문 탄광에서 일했던 관계로 그 역시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후 철도 노동자로 근무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장남에 대하여 간절히 바랐던 대학 공부와 자신이 개인적으로 가장 이루고 싶던 소원인 학업의 꿈을 남한 입국 후 마침내 이룰 수 있었다. 그는 북한 이탈주민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정부 등록금 혜택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장 출근과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면서 학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으며,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의 열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남한 출신 학자 두 명은 공동 집필 작업을 하면서, 두 분의 안내로 북한이라는 큰 산을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김병욱 박사는 북한이라는 산을 이루는 큰 바위를 보여주면서 시대별 북한 체제 내구력과 동력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최영일 박사는 북한이라는 산의 계곡에 흐르는 세찬 물줄기인 하층의 인민이 생존을 위해 노력했던 다양한 모습들과 시기마다 미세한 심층적 변화들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북한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큰 바위와 물줄기 모두 지금의 북한이 지닌 다층적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북한 출신 저자 두 명은 남한 출신 저자 두 명과 얼굴을 맞대고 저술 작업을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남한 연구자들의 인간미, 지적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남북한 출신 연구자들은 이 책의 기획 단계부터 교정 단계까지 모두 함께 참여하였다. 아마 이러한 시도는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임상순 교수의 말 없는 보살핌과 열정이 없었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임상순 교수는 지난 1년간 진행된 토론과 집필 과정을 주도하면서 대학생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대학생들이 통일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책의 글줄마다 담으려고 애썼다. 책 출간을 위해 서울에서뿐 아니라 평택의 대학교 캠퍼스에서 진행되었던 추운 겨울 밤늦은 시간까지의 회의와 업그레이드 작업은 전적으로 그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학교 교사인 신봉철 박사는 통일에 무관심한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의미와 필요성을 깨우쳐 주고자 하는 선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중·고등학교 연령대의 학생들이 원하는 통일 접근 방식과 기성세대 통일방식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테이블에 올려놓곤 하였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통일과 북한을 설명하는 교재는 단계, 과정, 기본에 충실해야 하며 지름길을 택하거나 시대별 정치 상황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항상 강조했다.
남북한 출신 연구자 네 명은 이 책을 공동 집필하면서 통일에 대한 열망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다는 것과 남북한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함께 노력한다면 훨씬 큰 성취들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북한이라는 큰 산의 윤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2500만 명이 살고 있는 북한을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북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관점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 통일의 필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남북 관계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추위가 지나면 봄이 오듯이 언젠가 이 긴장 관계가 녹으면서 생각보다 빨리 통일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맞으려면 겨울이 그만큼 추워야 하고, 농부는 추운 겨울에 따뜻한 봄을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통일은 어렵고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그 여정에서 이 책이 유용한 안내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론과 집필작업에 열중하느라 집안일에 소홀했음에도 투정부리지 않은 저자들의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출판여건 속에서도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준 박영사 대표님과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저자 임상순, 김병욱, 신봉철, 최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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