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북한, 오래된 북한
책 정보
독일 지리학자가 기록한 323장의 사진과 글,
우리가 알지 못하는 1980~2010년대 북한의 풍경을
지금 여기, 우리의 눈앞에 불러오다
『독일 지리학자가 담은 한국의 도시화와 풍경』이라는 제목의 컬러 사진집을 통해, 1970년대 한국 경관의 변화와 삶을 소개한 바 있는 에카르트 데게의 두 번째 사진집이 출간되었다. 1970년대부터 한국을 연구해 온 독일 지리학자이자 한국 전문가인 그가 이번에는 DMZ 너머, 북한을 담은 사진집으로 2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저자의 답사는 북한에서부터 중국 단둥과 러시아 하산까지 이어지는 16개의 경로로 완성되었다. 총 190개 항목에 실린 323장의 사진과 설명 속에는 지리학자로서의 시각과 함께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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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7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마주하게 된 1988년 북한의 진경은 외국인의 눈에는 물론 한국인의 눈으로도 무척 낯설게 다가온다. 북한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당시의 사정을 고려하면 북한을 아홉 번이나 답사한 저자의 이력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저자의 실제 답사 경험을 토대로 한 이 책은 북한의 모델도시 평양을 비롯해 개성, 신의주, 원산, 청진, 남포 등을 강과 논과 바다를 따라가며 북한 각 지역의 모습과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금강산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뿐만 아니라 선죽교, 보덕암 등의 문화유산, 그리고 공산주의 정권의 선전 장소와 혁명 성지를 직접 방문하여 느낀 감상과 변천의 역사 또한 서술하였다.
학생 때부터 각별했던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저자는 답사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북한의 풍경들을 장면과 장면으로 붙잡아 놓았다. 산업화의 진통을 겪는 도시와 농촌의 모습은 물론, 과거 우리네 농가의 모습을 간직한 북한 주민들의 정겨운 일상이 시간적 층위를 두고 눈앞에 펼쳐진다. 1980년대에 대규모로 건설되었으나 소련의 붕괴로 가동이 중단되어 황폐해진 공장들, 이와는 반대로 혜산에 지어진 고급 아파트 등은 일찍이 그 시기를 건너온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주는 구석이 있다. 한편으로 전통 한옥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개성의 구도심이나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통천의 벼 수확, 소달구지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시골 도로의 모습은 그동안 가려졌던 북한의 실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정취를 자아낸다. 변해 가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이 새롭고도 오래된 풍경들을 관찰하는 데 사진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사진 그리고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과 식견이 돋보이는 짧은 글들은 우리가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북한의 모습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제와 침묵 속에 잠겨 있던 북한의 삶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 준다. 독일 지리학자의 눈을 빌려 이제 그가 사진으로 붙들어 놓은 북한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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