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책 정보
<천사들의 도시> <한없이 멋진 꿈에>의 작가 조해진의 두번째 장편소설. '로기완'은 함경북도 온성 제7작업반에서 태어나 자랐고 생존을 위해 홀로 이역만리 벨기에로 밀입국한 청년이다. 탈북인 로기완과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작가 '나'의 이야기가 벨기에 브뤼쎌의 생생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말하는 동시에 연민과 유대를 통한 희망을 역설하는 작품.
소설은 로기완이 아닌 화자 '나'를 통해 서술된다. 나는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을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 ARS를 통해 후원을 받는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 그녀는 이 프로의 출연자 중 한 명인 여고생 윤주와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는다. 윤주의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나는 방송될 날짜를 추석연휴로 미룬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수술 날짜가 미뤄진 사이 혹이 악성 종양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의 연민으로 희망을 품게 된 윤주가 오히려 더욱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사실에 너무나 큰 죄책감이 든 나머지 그길로 윤주에게서 등을 돌린 나. 나는 우연히 읽게 된 시사잡지에서 탈북자 로기완의 이야기를 접하고 무작정 벨기에로 떠난다. 그곳에서 나는, 이제는 벨기에를 떠난 로가 지난 3년간 자신의 행적을 기록한 일기를 구해 그의 자취를 하나하나 되밟아나간다.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기고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나', 어떠한 보호와 책임으로부터 배제된 채 생존의 기로에 선 '로기완', 어린 나이에 끝없이 상처를 입어야 했던 '윤주'….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 환경을 가진 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슬픈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이 세계에서 하나의 어엿한 주체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태로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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