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시대 한국: Heaven or Hell?
책 정보
25년간 외신기자 생활, 그리고 12년간 교수 생활을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80년대 중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외신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한국의 모습은 어둡고 추악했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과 시위를 저지하려는 경찰의 최루탄으로 도시는 아수라장이었다. 민주화가 진전되자 전직 대통령들은 부패와 비리 혐의로 줄줄이 감옥으로 향하거나 불명예를 안고 추락했다. 여기에 연루된 재벌 기업의 총수나 임원들도 같은 신세가 되었다. 한 때 잘 나가던 한국 경제는 아시아 금융 위기의 와중에서 부도 직전에 몰린다. 북한의 핵 위협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한반도의 군사 긴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고 배가 침몰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의 모습은 저주받은 나라였다.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부정적인 한국의 모습을 해외에 타전해야 하던 필자는 자괴감을 느꼈다.
2000년대 들어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인의 역동성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한류로 불리는 대중 문화가 해외에서 각광을 받았다. 고통스런 금융 위기를 겪고 난 한국 경제는 조금씩 활력을 얻었고 삼성, 현대 등 한국 기업은 점차 강력한 다국적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념, 세대, 지역 갈등은 여전했지만 정권은 평화적으로 교체되었고 언론과 시민 단체의 역할은 증대되었다. 좁은 울타리 속에서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면서 생겨난 폐쇄성은 점차 열린 마음으로 바뀌며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저주스럽던 한국의 모습은 차츰 밝고 희망찬 축복의 기운을 보였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한국의 모습을 올바로 인식하고 보여주려는 것이 필자가 이 책을 출판하는 이유다. 지나친 낙관론으로 한국을 미화하거나 패배주의에 젖어 한국의 치부만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한, 있는 그대로의 한국의 모습을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가 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분야인 공공외교에 관한 한 가지 오해가 있는데 즉 이것이 한 국가를 미화하고 과대 포장해서 해외에 알리는 작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외교의 본질은 한 국가의 실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줄여 그 국가의 올바른 모습을 해외에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 책이 객관적인 한국의 모습을 조명하는 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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