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행 엑서더스
책 정보
1959년 이후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간 10만 여 재일조선인에 대한 기록.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의 실체를 최초로 파헤친 작품이다. 저자는 50여 년 만에 기밀 해제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문서를 토대로 당사국인 일본과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 소련, 중국 그리고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어떠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임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50년 전,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일본을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북한으로 건너간 사람들. 그들에게 ‘북송선’은 자신과 가족의 꿈을 실은 희망의 귀국선이었다. 훌륭한 무상 주택, 질 높은 복지, 확실한 수입, 여성을 위한 직업이 보장된 나라. 그렇게 약속되었고, 그렇게 믿었던 곳. 미래의 꿈이 움틀 대는 북한으로 10만 여 재일조선인들이 짐을 꾸리고 떠났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업이 단순한 재일조선인의 북한행이 아니라 냉전 체제 하 관련국의 은밀하고도 거대한 이해관계와 공작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파헤치고 드러낸다. 일본과 북한, 양국의 적십자,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조총련, 그리고 구소련과 미국 정부가 힘을 합쳐 국제적 스케일로 진행한 대규모 이주,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의 전모를 밝힌 것이다.
저자는 실타래보다도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귀국사업’의 전 과정을 때로는 조각 그림 맞추기처럼 정교하게 재구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수께끼 다루듯이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이 암울하고도 끔찍한 이야기가 주는 씁쓸함을 거두기는 어렵다.
냉전의 결정적 순간에 초강대국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했던 ‘귀국사업’의 전모를 파헤치다보면, 어느 사이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되어 온갖 포장이 씌워진 채 추방당해야 했던 재일조선인의 삶과 꿈이 은폐되었던 역사를 뚫고 생생하게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생이 세계 정치의 거대한 물결과 교차되었을 때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묻혔던 역사를 복원하면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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