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발이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책 정보
꽃제비 출신의 북한 인권 활동가 지성호,
24년 동안의 북한에서의 삶과
13년간의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가슴 뜨거운 증언
“진실은 강력하다. 나의 진실이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정치적이거나 무신경하다. 정치인들에게 북한은 치열한 정쟁의 대상이고, 일반인들에게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지독히 못사는 나라쯤으로 인식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제는 누구도 통일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 북한이 우리의 무신경함과 정치적 소재 어디쯤에 존재하는 동안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방치된다. 잘 가공되어 우리에게 비춰지는 고위 관료들의 모습 속에 북한 주민들의 ‘진짜 삶’은 없다. 누군가는 왜 우리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반문에 꽃제비 출신의 북한 인권 활동가 지성호는 답한다. 그곳에도 ‘인간’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1982년 북한에서 태어난 지성호는 ‘고난의 행군 시대’라고 불리는 199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다. 굶어죽은 사람이 30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극한의 경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살기 위해 도둑이 되고 밀수자가 되고 탈북자가 된다. 어린 지성호도 살아남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꽃제비가 되어 석탄을 훔쳐 팔며 목숨을 부지한다. 하지만 배고픔이 충족된다고 해서 현실에 만족할 수는 없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인권’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수용소와 다름없는 북한에서의 삶은 지성호에게 미래가 없는 곳이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남한으로의 탈북을 결심한 그는, 2006년 중국, 라오스, 미얀마, 태국을 거치는 1만 킬로미터가 넘는 대장정 끝에 마침내 대한민국에 입국한다.
이 책은 꽃제비 출신의 탈북민 지성호의 서른일곱 해를 복기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고 불리는 북한의 숨겨진 진실과 북한 주민들의 가공되지 않는 삶을 생생히 증언한다. 경제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북한에서 관료들이 저지르는 비리와 착취, 그 부당함에 맞서는 북한 주민들의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은 이 책을 정치적 진영 논리가 아닌 ‘휴먼 스토리’의 영역에 가져다 놓는다. 한 인간이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인류애적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면면은 이 책이 한 인간의 성장 드라마이자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강력한 증언임을 보여준다.
지성호는 지금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실체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하지만 그는 북한 정권을 비난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불러들이지 않는다. 단지 그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우리가, 세계가 주목하고 개선될 수 있게 힘을 보태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묵하는 탈북민이었던 그가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전 세계를 누비게 된 이유는 나쁜 것을 알면서 침묵하는 것은 나쁜 것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성호 자신도 아버지와 세 살 난 딸을 잃었고, 북한 정권이 바뀌기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북한과 중국과 대한민국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탈북민의 입국을 돕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귀 기울여 달라고 전 세계에 호소하는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양심 때문이다.
그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어찌 보면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런 타이틀로만 규정되지 않길 바란다. 그 험한 탈북의 길을 함께해온 낡은 목발을 아직도 버리지 않는 이유 또한 그 목발이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을 얻은 자신의 삶이 북한 주민들의 해방을 이뤄내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오늘도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이야기한다. 북한에서의 삶을 낱낱이 드러내는 진실만이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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