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코리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한제국 이후 130년의 역사 속에서
한국과 조선으로 우뚝 선 코리아의 어제와 오늘을 다시 보다
많은 한국인이 한국이 어디서 왔는지 망각한 채 살아간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단군의 자손이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한민족’이라는 우리의 정통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1948년 남북은 분단되어 불완전한 국가로 출발했다. 각기 국가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국민의식과 민족 정체성의 측면에서 두 나라는 완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분단 이후 약 80년간 한반도에서의 정통성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 끝에, 두 나라는 각기 국가의 형식은 물론, 서로 다른 민족성과 정통성, 정체성을 지니게 되며 완연한 민족국가이자 독립국가로 변모했다. 한반도의 오랜 역사를 공유하는 남북이지만, 또한 분단된 국가로서 지난 세월을 보내며 서로 다른 뿌리와 전통,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 남북은 한반도의 역사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어제를 향유하게 되었으며, 이로부터 달라진 오늘을 맞이하게 되었다. 21세기가 찾아온 지 20년하고도 4년이 지난 시점, 한국은 국제세계에 전례 없는 위상을 자랑하게 되었으며, 그와 달리 조선은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기 이전의 국제적 명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핵군사력으로 현저히 약화된 국력을 만회하고자 한다. 남북의 이질성은 한반도의 내일을 또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이 책은 통일코리아의 미래를 ‘다름’에서부터 상상한다. 공존과 소통, 나아가 통합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남북 민족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상호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한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최근 17년간 축적한 통일의식 조사자료를 인용하여 오늘날 남북 국민들이 한반도와 남북, 통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객관화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한국적 시각에 익숙해져 있어 조선의 실체를 실감하기 어려운 우리에게 객관적인 지표로서 북한 주민의 통일의식을 알려 준다.
“이질문화와의 공존과 소통은 언제나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사가 늘 그랬듯이 그 도전과 갈등에 어떻게 대응하며 통합해 나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창조와 도약의 기회가 놀랍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코리아반도의 미래에 상호 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면, 한반도 남쪽의 한국과 북녘의 조선에 새겨진 이질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이질문화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수반할 일이나, 이것은 우리의 또 다른 성장과 도약, 창조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한국과 조선』 은 그 도약에 의미 있는 자산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 책은 서장과 종장을 제외하고, 총 4부 12장 되어 있다. 남북한의 경쟁적인 국가건설 과정을 태동기, 냉전기, 탈냉전기, 통일기의 네 시기로 구분하여 4부를 제시한다. 제1부 태동기는 한국과 조선이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는지, 근원을 찾아 살펴보는 부분으로, ‘대한’과 ‘조선’이 근대 민족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1부의 1장에서는 한국과 조선의 명칭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나라 이름을 바꾼 고종 황제 집권 당시의 배경을 고찰한다. 2장에서는 일제가 대한제국에서 조선으로 다시 국호를 변경하면서 ‘대한’이라는 국호에 새겨진 항일투쟁의 성격을 말살하려 했던 시도를 알아본다.
아울러, 3·1운동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호를 조선에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바꾸며, 고종이 추구했던 대한의 의미를 승계한 내용과 조선공화국과의 분열로 대한과 조선의 정체성 논쟁이 점화되는 과정을 살핀다. 3장은 남북분단과 단독정부 수립시기 국호 채택 과정을 다룬다. 해방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국명이 압도적 다수로 채택되고, 북한은 조선이라는 국명을 사용함으로써 코리아반도에서 대한과 조선이 민족·국가 정통성 투쟁을 본격화한 내용을 다룬다.
제2부 냉전기는 한국과 조선이 남한과 북조선으로 나뉜 불완전한 국가건설 과정에서 적대적 타자화와 자기 정체성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시기를 다룬다. 2부의 4장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전후 경제건설과 항일운동을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적대적 타자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던 과정을 살핀다. 5장에서는 권위주의 체제로 전환한 남북한이 경제건설과 통일 논의로 경쟁하며, 정당성을 부각하기 위해 신라와 고구려의 역사적 전통을 활용하는 민족자원 동원 전략을 시도한 과정을 살핀다. 6장은 1980년대 이후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한 남한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변화를 맞이한 북한의 모습을 다루는 부분으로, 남북한 국가 경쟁이 종말을 고하고 민족 경쟁을 시작한 시기를 다룬다.
제3부에서는 탈냉전이라는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서 남북이 한국과 조선으로 독자적인 민족국가 건설을 추진하던 시기를 고찰한다. 3부의 7장은 탈냉전기 남북의 동시 유엔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등으로 남북한의 국가성이 강화되어, 한국과 조선이 두 개의 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을 다룬다. 8장에서는 조선민족제일주의와 단군릉 개건을 필두로 북한이 민족 담론을 동원하여 대반격을 시도했던 내용을 알아본다. 특히 평양의 역사적 전통을 부각하며 민족 정통성이 조선에 있음을 주장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9장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문화발전이 세계적 한류의 부흥을 가져와, 한민족을 세계화하고 한류를 글로벌 문화로 조성해 가는 과정을 살핀다.
제4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을 내다보며, 남북한의 정체성이 어떻게 함께 만나고 변화해 나갈 것인지 논의한다. 10장은 남북한에 국가와 민족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를 위해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최근 17년간 축적한 통일의식 조사자료를 근거로 사용한다. 11장에서는 남북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정체성 차이가 통일 과정에서 어떤 갈등으로 전개될 것인지 고찰한다. 12장은 남북한 통일과정에서 통일의 방식과 함께 가장 치열하게 논쟁이 될 국호 문제를 다룬다. 지난 세월 남북한이 쌓아 온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이 한국과 조선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을 것이므로, 국호를 어떻게 통합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종장에서는 한국과 조선으로 달라진 남북한이 서로의 경제와 사회, 민족과 문화자원을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함께 동원해 나갈 수 있을지 논의하고 전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